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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렙백수 윤준혁 Jun 11. 2019

[재개봉] 영화 <노리개 : 그녀의 눈물>

#영화리뷰 #노리개 #재개봉 #마동석 #이승연 #민지현 #변요한

여배우 정지희 사건을 파헤치는 이장호(마동석) - 영화 <노리개 : 그녀의 눈물>


  영화 <노리개:그녀의 눈물>이 재개봉한다고 합니다. 뜨거웠던 이슈인 故장자연 씨의 사건을 다룬 영화인데요 개봉 후 6년이 흐른 지금도 故장자연 씨 사건은 여전히 포탈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최근 기사화되고 있는 윤지오 씨와 후원자 간의 후원금 반환 소송 사건이 재개봉 영화의 흥행에 어떤 변수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나라 여성 연예인의 인권문제에 있어서 故장자연 씨의 사건은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마 당시 제작을 했던 감독이나 재개봉을 결정한 배급사도 감정의 논쟁을 걷어내고 영화로 하여금 사건의 본질로 사람들의 이목을 옮기고 싶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진지한 의도를 영화에 담아내기에는 무리였나 봅니다.

  이해는 됩니다. 영화 속 자막으로도 나왔던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인 만큼 내가 감독이라도 연출이 조심스러웠을 것 같아요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사실이 오히려 감독의 연출력의 족쇄를 채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장자연 사건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영화의 한편에 받으면서도 자신의 영화에 주목된 시선이 자칫 잘못하여 칼이 되어 돌아오진 않을까 걱정했을 것 같아요... 원래 까다로운 소재일수록 연출의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그 부분이 아쉬웠어요. 사실 故장자연 씨 사건을 염두하지 않고 줄거리를 살펴보면 한 번쯤 나왔을 법한 흔한 영화 소재일지도 모릅니다.



여배우의 죽음과 함께 알려진 국내 최고의 성추문 사건 부당한 일로 해직이 된 기자가 불굴의 집념으로 이 사건을 파헤친다. 하지만 가해자로 밝혀진 이들은 권력을 이용해 사건을 엄폐하고 애써 밝혀진 진실조차 어둠의 뒤편으로 묻어버리려고 하는데.





여배우 정지희와 한성봉 회장의 술자리 - 영화 <노리개 : 그녀의 눈물>


  검사 미현은 여배우 정지희의 자살로 시작으로 기획사 대표 차정혁과 한국일보 한성봉의 성접대 사건을 파헤칩니다. 첫 공판이라 청심환을 먹어가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녀에게 '정지희 사건'이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건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일보 한성봉 회장의 변호를 맡은 윤변 호사가 담당 검사인 미현을 찾아옵니다. 알고 보니 윤변은 대법관인 미현의 아버지와 동료 법조인이자 오랜 친구였고, 이미 결론은 나 있으니 힘 빼지 말고 한 회장의 무죄판결을 위해 도와달라는 얘기를 건네는데요. 시나리오상 너무나 당연한 전개인데... 제 집중을 깬 것은 둘 사이의 대화가 오갈 때 카메라 무빙이었습니다. (마치 아침드라마에서 볼법한 횡으로 이동하는 카메라 이동과 함께 대사가 오갈 때마다 바뀌는 컷이 좋게 말하면 현란했고, 쉽게 말하면 집중을 방해했습니다.)

  자신의 마음대로 김미현 검사가 회유되지 않자 윤변은 지난날 김미현 검사가 성폭행당했던 사실을 들추어내어 대법관인 아버지의 명예와 정지희 사건의 판결 중에 선택해야 하는 협박성 제안을 하지만, 김미현 검사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건임을 강조하며 문을 박차고 나옵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김미현 검사의 담담한 분노를 강조하고 싶었는지 얼굴을 한껏 클로즈업하는데요... (주성치 영화나 성룡의 액션극에서나 볼법한 연출기법이었습니다...)

  결정적인 단서인 정지희의 다이어리로 인해 사건이 잘 해결되나 싶더니 담당 판사는 제출한 증거를 인정하지 않고 한성봉 회장의 무죄판결을 속행해 버립니다. 관객의 분노가 함께 치솟는 클라이맥스의 바로 그 순간 김미현 검사의 "심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라는 허망한 대사와 함께 화면이 잠시 블러 처리가 되더니 김미현 검사 혼자 법정에 남아있는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너무나 예상 가능한 이 장면에 극장에 있던 몇몇 관객 들은 웃기도 했습니다. 사실 영화 전체로 보면 결국엔 권력을 이용해 단두대를 벗어나는 악인들의 모습을 보며 관객들 모두가 부아가 치밀어야 하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면 연출이 문제인 건지 정서가 문제인 건지 모르겠어요.



여배우 정지희(민지현)의 매니저 박지훈 역의 변요한 - 영화 <노리개 : 그녀의 눈물>

  배우 정지희의 비참함을 한성봉 회장의 "네 이름은 기억 못 해도 내 몸이 널 기억하겠지."와 같은 대사로 표현한 것은 좋은 장치였습니다. 자신의 이름이라도 알려야 한다는 여배우 숙명처럼 계속해서 이름이라도 언급되길 원하는 여배우 정지희와 이름은 기억 못 해도 몸이 기억할 것이라는 악인 한 회장의 말 사이에서 비참함과 악랄함 둘 모두를 잡으려 한 영민한 시도였습니다.


  사실 영화를 감상하고 리뷰를 쓰는 사람도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을 다루는 데서 나오는 족쇄에서 자유롭지 않은데요. 필요할 땐 불에 뛰어드는 용기도 생기지만, 이런 안타까운 사건을 다룬 영화를 평론과 토론하는 것으로 인해 간접적으로 원소재였던 사건을 곡해할까 우려되기도 합니다.

  영화에 대한 첨언을 하자면 음악이 좀 아쉬웠던 것 같아요. 슬픔, 분노와 같은 감정처리의 경우 대사가 없더라도 무성 연기와 함께 적절한 음악만 들려주어도 관객은 주인공의 감정에 충분히 이입했을 겁니다. 영화에 대한 사견이지만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을 통해 자극적이고 화려한 영상이 넘쳐나고 그런 영상에 익숙해진 오늘날의 일반 대중들을 공략하려면 컷과 어울리는 적절한 음악을 잘 쓰기만 해도 절반의 성공을 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허름한 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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