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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렙백수 윤준혁 May 27. 2019

화성을 정복한 남자의 이야기

#영화마션 #리들리스콧 #맷데이먼 #SF영화

  나는 소설 작가를 동경한다. 글을 써내는 것도 창의적인 활동이지만 소설 속 세계관을 만드는 작업은 웬만한 창의성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렵다. 사실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 내가 소설 쓰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차라리 인생을 소설처럼 살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글로 옮겨 적는 게 더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허구를 창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SF영화와 판타지 영화의 차이가 뭘까? 둘 다 허구라는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SF영화는 과학적 지식으로 허구를 무사히 관객이라는 현실에 안착시키지만 판타지는 인간적인 서사로 허구를 안착시킨다. 특히 SF영화에서의 우주라는 소재는 밝혀낸 것보다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분야가 더 많기 때문에 영화화했을 때 마음대로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러나 SF가 Science Fiction의 약자인 것처럼 과학과 허구의 배합이 중요하다. 과학적 지식이 과하면 관객이 지식에 힘들어하고 반대로 허구가 과하면 현실성이 떨어진 판타지가 되어버린다. 과학적으로 허구를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이 SF영화의 핵심이다.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거의 대부분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SF영화도 마찬가지다. 무미건조하게 과학만 담았다면 그것은 사이언스 다큐이다. 인간의 갈등과 서사가 담겨있고 그것을 서술해줄 주인공이 있기 때문에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 내가 오늘 다루고자 하는 영화 '마션'도 화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의 생존기다. 마크 와트니가 없다면 영화 '마션'도 존재할 수 없다. 그만큼 소설과 영화에선 서술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중요하다.


화성에 남겨진 마크 와트니의 모습 - 영화<마션>


고립된 인간의 생존기 그 특징에 대해

  NASA의 아레스 3 탐사대는 화성을 탐사하던 중 모래폭풍을 만나게 된다. 팀원들은 마크 와트니가 사망했다고 판단하고 화성을 떠나 지구로 귀환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극적으로 생존한 와트니는 화성을 정복하기 시작한다. 감자와 동료의 인분을 이용하여 식량을 만들어내고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NASA 역시 마크 와트니가 살아 있는 것을 확인한 뒤 그를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한정된 장소에 고립된 인간의 생존기는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아마도 영화의 초반에는 주인공이 좌절하다가 중반쯤엔 긍정의 마음으로 고립된 장소를 개척하기 시작할 것이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나 <김씨 표류기>만 봐도 그렇다.

  반대로 영화에서 주인공이 좌절에만 빠져있다거나 너무 능력이 뛰어나서 고생 한번 없이 탈출한다면 그것만큼 김 빠진 사이다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한 인간의 험난한 생존기는 절망과 희망 사이의 긍정의 농도가 중요하다.



화성을 정복하기 시작한 마크 와트니 아! 감자여 - 영화<마션>

SF영화 재미있게 보는 방법


  과학적 지식을 검증하느라 SF영화의 재미를 반감할 필요는 없다. 원작 소설을 둔 영화를 볼 때 까다로운 검증을 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활자를 시각화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없다. 그렇다고 꼭 소설이 우위에 있다고도 할 수 없다. 독자와 관객의 성격이 다른만큼 감독과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감상할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최적의 표현기법을 연구하고 사용할 것이다. 그렇기에 영화감독은 관객을 위해 어떤 부분은 확실히 들어내면서도 어떤 부분은 노출시켜 영화 보는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분주한 노력을 할 뿐이다




  마션을 생각보다 늦게 봤다. 영화보다 소설 속 첫 문장인 "나는 좆됐다."가 더 인상 깊었던 나는 소설을 음미한 뒤 차분히 감상하는 길을 선택했다. 원작이 있는 영화를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교가 항상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그 영화 자체에 집중하면서 원작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즐거움을 탐색하기도 한다.


  버려진 '마크 와트니'가 화성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감자를 키우는데 적합하게 맞아떨어진 식물학자라는 그의 직업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간으로서의 생존 본능과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희망을 품은 용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허름한 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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