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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렙백수 윤준혁 May 21. 2019

설국을 달리는 열차에 세상을 옮겨다 놓은 감독 봉준호

#영화설국열차 #봉준호 #크리스에반스 #송강호 #틸다스윈튼

설국열차를 촬영하는 봉준호 감독 - 영화 <설국열차>



  영화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이 원작인 프랑스의 만화 『설국열차』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영화로 유명하다. 준비기간 9년과 안 어울리게 2개월이라는 짧은 제작기간에도 열차 속 작은 세상을 담아낸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에 놀랄 수밖에 없는 영화다.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은 무대가 되는 멈추지 않으며 지구를 도는 기차의 연출이나 박진감 넘치게 만드는 특수효과가 아니더라도 인물의 대사나 카메라 기법에 봉준호 감독 특유의 디테일이 묻어있다.


1UBD의 주인공인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설국열차>는 제작비부터가 블록버스터급 기대작이었다. 미화로 4000만 달러 한화로 치면 500억 정도가 되는데 국내 영화 중 누적관객 수 1위인 명량의 제작비가 156억 원이니 그 규모를 실감할 수 있다. 사실 500억이란 금액은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하면 그리 큰 것도 아니다. 그 유명한 아바타와 반지의 제왕 제작비는 3000억을 훌쩍 넘는다. 이런 큰 금액의 영화는 오히려 영화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최근 이슈가 되어 '1 UBD'(1 엄복동)이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던 <자전차왕 엄복동>처럼 투자 대비 흥행이 좋지 않을 땐 네티즌으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여러모로 투자자 입장에선 제작비를 고려하여 흥행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제작자 입장에서도 한정된 예산에서 어떻게든 기대한 만큼의 영화를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그리고 둘 못지않게 관객 역시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되어버린 '영화 제작비'이다.



영화감독 심형래의 모습


  할리우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고충은 일찍이 심형래 감독이 여러 번 말한 적이 있다. 의심 투성이인 투자자와 불만인 제작자들 다국적 배우들과의 의사소통으로 인한 연출 문제, 몇 배나 첨예해진 회의와 설득 과정은 확실히 쉬운 길은 아니다. 이런 고충을 감안하더라도 괜찮은 작품을 뽑아냈던 건지 <설국열차>는 흥행면에서 국내와 국외 모두 나름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영화 속 빙하기가 온 지구의 모습 - 영화 <설국열차>


  인류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의 온도를 낮추는 CW7을 살포했다. 하지만 너무 많이 살포했던 건지 아니면 자연을 인간의 힘으로 통제하려 한 벌이었는지 온도를 낮추는 것을 넘어서 빙하기가 찾아온다. 하지만 영화 속 위대한 '윌포드'는 추위에 강하며 자급자족이 가능한 기관차를 만들게 되고 일부의 인간이 이 기차에 탑승하게 된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직선이라는 기차의 구조를 앞(머리칸)과 뒤(꼬리칸)로 나눠 계급이 정해지는데 <설국열차>는 폭동을 통해 체제전복을 꿈꾸는 꼬리칸의 주인공 커티스(크리스 에반스)의 이야기다.

  커티스는 머리칸으로 가는 문을 열기 위해 남궁민수(송강호)의 도움이 필요했고 남궁민수는 크로놀(향정신성 약물이자)을 대가로 문을 열어주기로 하고 함께 머리칸으로 향한다.


커티스(크리스 에반스)의 모습 - 영화 <설국열차>

  열차의 마지막 문 앞에 선 커티스와 남궁민수는 갈등이 발생한다. 커티스는 머리칸의 점령이라고 하는 시스템 내부에서의 혁명을 통한 체제전복을 꿈꾸지만 남궁민수는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고 열차 외부로 나가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결국 각자의 선택을 하게 된 둘 커티스는 머리칸에 도착해 생각지도 못한 기차의 비밀을 알게 되어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렇게 부숴버리고 싶었던 체제는 윌포드와 길리엄에 의해 통제된 체제였고, 머리칸에 도착한 커티스에게 자신은 늙었으니 자신의 역할을 대신해 달라고 윌포드는 부탁한다. 그렇게 도달하고 싶어 했던 엔진에 도착했지만 알고 보니 그 음모는 처음과 끝이 이어져 있던 것이었다. 커티스가 머리칸에서 고민하며 엔진과 그가 지나왔던 길을 되돌아보는 모습은 친구 에드가와 메이슨 장관을 놓고 고민하는 모습과 닮아있다 의도한 것인지 촬영기법 역시 수미상관으로 보인다.


  커티스에게 받은 크로놀은 사실 향정신성 약물이자 폭발물이었다. 남궁민수는 이것들을 모아 외부로 나가는 굳게 닫힌 기차의 문을 폭발시켜 부수려고 한다. 체제 안에서의 희망은 잃어버린 지 오래다. 그리고 실낱같지만 외부에서 희망의 징조를 찾았다. 폭발에는 성공하지만 살아남는 것은 딸 요나와 흑인 아이다. 세상을 살아갈 아담과 이브를 남겨놓고 이전 세계(설국열차)는 막을 내린다.


남궁민수 역의 송강호 - 영화 <설국열차>


  원작이 있는 영화를 다루는 것은 감독에게는 모험일 수 있다. 원작이 훌륭할수록 원작에 대한 오마쥬를 표현하느라 정작 영화에서 자기의 색깔을 잃어버리곤 한다. 영화가 아닌 것을 영화로 만들려고 할 땐 마치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원작의 느낌을 모사하느라 흉물스러운 것을 만들어 대중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작품도 있다. 봉준호 감독은 그런 미련한 짓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영화감독이기 때문이다. 소설가인 양 혹은 만화가인 양 그 작품을 그대로 따라 할 필요 없으며 원작이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는 성역이 아니다. 그래서 그에게 어떤 이야기가 주어지든 상황, 사건, 이야기로부터 자유롭게 자신만의 영화적 디테일을 뽐낸다. 봉 감독의 이런 시도들은 유행에 타지 않는 디자이너의 옷 같아. 기존에 흔하디 흔한 영화 같지 않으면서도 언제고 꺼내 보았을 때 그 세련됨은 결코 잃지 않는 그런 영화 말이다.



#허름한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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