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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렙백수 윤준혁 Aug 12. 2019

일본과 평화의 소녀상

문화로 대응하는 경제보복

본 글은 '전남일보'에 기고된 미래세대 문화담론을 주제로 연재되는 칼럼입니다.

https://jnilbo.com/2019/08/08/2019080813461635258/




  아베 정권의 경제보복과 함께 문화계에도 보복이 들이닥친 것일까? 일본의 나고야시 아이치현 미술관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의 전시가 3일 만에 중단되었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 기획에 참여한 오카모토 유카 실행위원은 테러의 가능성을 이유로 전시 중지를 통보한 것에 대해 작가들과 실행을 준비한 실행위원들은 납득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일부 언론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은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일본뿐 아니라 호주, 독일 등 해외 각지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될 때마다 심심치 않게 훼방을 놓았던 일본이었기에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트리엔날레에서의 소녀상 전시 중단이 단순 테러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일본이 이렇게까지 소녀상 세우기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대체 소녀상에 어떤 상징이 있기에 기를 쓰며 반대하는 것일까?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12월 14일 1000회가 되는 수요시위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정신문제대책협의회에서 김서경, 김운성 부부 작가에게 일종의 평화비를 의뢰하면서 만들어졌다. 두 부부는 소녀상의 부분 부분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상징을 담아 넣어 피해자들의 아픔, 명예회복 그리고 평화 지향의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http://kids.hankooki.com/lpage/news/201601/kd20160105154817125630.htm 한국일보


  우선 소녀상의 바닥에 새겨진 그림자는 조각과 다르게 할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소녀가 할머니가 되기까지 긴 시간 동안 겪은 아픔을 상징한다. 그림자 가운데 있는 나비는 ‘환생’을 의미하는데 미처 한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신 할머님들이 더 좋은 세상에서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낸다. 소녀상의 단발머리는 부모와 고향으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하고 또한 소녀상의 발뒤꿈치가 살짝 들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긴 세월 동안 고통 속에 편히 쉬지 못하는 할머니의 삶을 표현했다. 두 주먹은 그런 삶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굳은 다짐을 의미하고, 소녀상 옆의 빈 의자는 먼저 떠난 할머님들의 빈자리이며, 어깨의 새는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영매이자 평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먼저 떠난 할머니들과 투쟁하고 있는 할머니들을 이어주는 역할이다.


  일본에서 근거 없는 신화로 치부되는 ‘진구 왕후의 삼한 정벌설’을 매 전쟁 때마다 제 구미에 맞게 바꿔 정한론으로 만들었던 제국주의 시절 일본은 역사를 왜곡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리고 그런 제국주의의 일본을 추억하며 패전 이후 비정상화(정식 군대를 가질 수 없는 등)의 정상화를 외치며 드러 선 것이 아베 정권이다. 그래서 일본군의 위안부 역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촉구와 함께 이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에서 만들어진 소녀상이기에 '평화의 소녀상'에 담긴 상징에 아베 정권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문화는 경계를 초월하고 평화적 마음은 분노를 넘어선다. 이탈리아 예술가 로자리아 이아제타의 SNS로부터 시작된 ‘내가 소녀상이다.’ 퍼포먼스는 예술가들의 항의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광주민예총과 광주비엔날레가 전시 중단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는 등 평화의 메시지와 표현의 자유를 파괴하는 일본 정부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보복으로부터 시작된 날 선 일본의 해보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분명한 것은 아무리 경제교류가 활발해도 역사 인식을 할 수 없다면 그들이 말하는 아시아 공동체 형성이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생각보다 강하다. 소녀상으로 볼 수 있듯 평화가 담긴 문화의 힘은 언제든 이런 잘못된 상황에 균열을 만들고, 또 연대가 가능하게 한다. 아베 정부가 경제로 보복해온다면 우리는 평화적 문화의 힘으로 대응하자.


#만렙백수 윤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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