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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냥 Aug 06. 2023

어둠의 심연에서 어둠도 심연도 보이지 않았다.

조지프 콘래드 '어둠의 심연'

<<어둠의 심연>>을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다. 완독 한 후 체크한 부분을 또 꼼꼼히 읽었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를 인상 깊게 받아들이고 싶었다. 말로든 커츠든 이해하고 싶어서 관련 자료도 찾아봤다. '지옥의 묵시록' 영화를 다시 보려고 했다가 결국 포기했다.


조지프 콘래드는 문명의 땅에서 계몽된 백인 주체가 콩코라는 야만의 땅에서 어떻게 스스로의 어두운 내면에 잠식되어 갔는지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썼을 뿐, 텍스트의 징후를 찾는 건 게 달린 일이니, 나는 실패했다고 쓴다. 19세기말 영국 템즈강에서 출발한 무역회사 선장 말로의 이야기에서 어둠도 심연도 찾을 수 없었다. 하긴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아시아 여자가 야만을 계몽하겠다고 낯선 땅에 가서 어둠의 심연에 빠진 백인 남자를 이해할 일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내가 감정이입한 대상은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타자화되어 등장하는 콩코 사람들이었다. 리고 책을 읽으며 크게 두 번 웃었다.

여성들이 진실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참 기이하지. 그들은 자신들만의 세상에서 따로 살고 있으며, 그 세상에 견줄 만한 것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있을 수 없다네. 그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만약 여성들이 세상을 세우면, 첫째 날 해가 저물기도 전에 무너지고 말 걸세. 창조 이래로 줄곧 우리 남성들이 불평 없이 받아들인, 어떤 황당한 사실이 만약 그들에게 알려지면, 그 세상을 뒤집어 놓고 말 것일세.

크하하하하하 먹고살만한 백인여성들(책에선 '친애하는' 아주머니)을 향해 쓴, 찬사인 척하는 비웃음일 텐데 '그 세상을 뒤집어 놓'을 수도 있음은 동의했다. 두 번째는 을유문화사 판 167쪽 '그가 마지막 한 말은  - 당신의 이름이었습니다'였는데, 그녀의 이름이 되고 만, 그의 마지막 말 horror는 큰 웃음을 주었고, 웃음이 잦아들 때쯤 책이 끝나버렸다. 조지프 콘래드를 이해하고 싶었던 나의 노력도 끝내야겠다.


참, <<어둠의 심연>>의 수확은 책 말미에 실린, 번역자 이석우의 해설에 있었다. 비인간적인 노예 매매를 근절한다는 명목으로 벌인 노예 매매상들과의 치열한 전투에서 이긴 레오폴드 2세가 더 잔인하게 노예제도를 운영했다는 이야기(250쪽)는 조지프 콘래드 이야기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나이지리아 출신인 치누아 아체베의 발언도.

프란츠 파농의 연구 대상이기도 한 이 '의식의 백인화' 때문에 서구의 교육을 받은 흑인들은 자신의 문화와 자기 정체성을 비하하게 된다. 이 모험 소설들이 자신을 백인화시키는 기만적 장치로 작용하였다는 사실을 아체베는 이내 깨닫는다. "이 작가들이 나를 잘도 속였구나! 나라는 존재는 <<어둠의 심연>>에 등장하는 공코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말로의 보트에 승선에 있던 것이 아니었다. 나는 무시무시한 인상을 쓰며 강변에서 펄쩍펄쩍 뛰는 낯선 존재들 중 하나였던 것이다. " 25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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