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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al IK Mar 09. 2020

아이워치에 대해

08.03.2020

요즘 한국에 다녀오면 시계를 하나씩 사게 된다.

이번에는 두바이 면세점에서 아이워치 4에 전화 기능이 되는 제품(?)을 하나 샀다. 5가 나온 시점에서 왜 굳이 4를 사냐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거다. 무엇보다 엄청난 할인율의 유혹이 있었다. 스틸밴드에 전화기 기능까지 되는 제품이었는데 55% 할인에 인터넷으로 Pre order를 하면 5% 더 깎아 줬다. 이렇게 싸다니!! 브라질에서는 같은 스펙의 제품이 5,000 Brl 약 150만 원 정도다. 참고로 구입 당시 1헤아이스에 300원 정도였고, 지금 250원 인걸로 계산해도 압도적으로 싸다.

어쨌거나 오늘 와이프와 오전에 통화하면서 자랑을 했다. 아이와치를 매우 싼 가격에 샀다면서.. 그러자 아내가 '갤럭시에도 쓸 수 있어?'라고 묻는다. 순간... 둘 사이에 대화가 없이 잠잠해졌다가 둘 다 큰소리로 웃었다. 내가 웃은 것은 평소 완벽한 계산 속에서 사는 나라고 와이프한테 자랑하고 사는데 결국 아내 앞에서는 늘 허당임을 드러내기 때문이었고, 와이프는 분명 네가 그럼 그렇지라는 모자람을 비웃는 웃음이었다.

결국 이 시계 때문에 휴대폰을 바꿔야 하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지금 쓰는 휴대폰도 이제 1년 넘었는데... 분명 아내는 내가 휴대폰 바꾸고 싶어서 꼼수를 부린 거리고 오해도 할 것이다. 안 그래도 작년 10월 브라질로 주재원 발령 나기 전에 내가 아이폰으로 바꾸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으므로.

참 요즘에서 소비라는 것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이거 사면 연결해서 저거 사야 하고, 저거 사면 또다시 이것도 사야 하고... 유혹의 시대이자 제조사와 미디어가 합작한 마인드 컨트롤의 시대에 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음모론을 믿지 않는다. 음모론 자들은 음모론을 통하 뭔가 이득을 보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초 대량생산과 소비를 하는 시대에는 분명 미디어를 통해 제품을 돋보이게 하고 그 물건을 소비자가 구입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단순히 싸서 산 것 때문에 멀쩡한 휴대폰까지 바꿔야 할 수도 있는 지금, 멍청한 남편이 멍청한 짓을 해 비웃는 아내와 통화를 미치고 이 걸 팔아 볼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Win 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아내와 제조사와 두바이 면세점 측의 농간에 패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뜯지도 않은 이 시계가 몇 일째 장에 박혀 있다.


#oviagem, #브라질 생활기,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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