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쓰는 그림일기
한동안 그림을 놓고 있었다
바쁘다는 일을 핑계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그림 실력이 좋지 않다는
마음 속의 속삭임 때문에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갔다
사는게 다 그렇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집에 있는 그림 책을 보고 다시 펜을 들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선
위험도 감수해야 했다
고작 펜 하나 드는 것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들이 쓸데없는 일이라 하든
못 그린다고 하든
내 인생과는 전혀 무관했다
얼른 책상 앞에 놓인 노트를 꺼내 들었다
썬크림 병이 하나 서 있었다
이걸 완성해 볼까? 하고 덤볐다
하지만 너무 오래 쉬어서 그런건지
옆에 있는 병의 선이 삐뚤빼뚤하고
모양이 맞지 않았다
이럴 땐 글자가 필요해
있어보이기 위해 몇 가지 느낌을 적다
적고 나니 조금 낫다
이 기세를 몰아 다음 페이지로
책상 위 모습을 그렸다
일단 마우스부터 그리고
다음은 필통
몇 개만 그리려다 다 그렸다
역시 그림은 채워야 맛이다
뒷 배경을 그리려다 멈췄다
하루에 너무 많이 나가는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애써 생긴 의욕을 더 그리다
좌절시키고 싶지 않았다
오늘 하나는 확실히 배웠다
그림은 재밌다
지금은 이리저리 흔들리는 자전거 같은 그림이지만
언젠가는 날쌔게 움직이는 자전거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
그런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