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그리다가
지하철 진동 덕분에 선이 자꾸 흐트러져
주제를 바꾸다
지하철에 있던 사람들을 그리다
뒷모습과 옆모습 위주로 그리다
정면을 그리기에는 시선을 감당할 수 없다
이어폰을 낀 학생
문 앞에 아주머니
긴 머리를 질끈 묶은 여학생
다들 그림을 완성하기 전에 내려버렸다
바꿔야겠다
오래 있고 잘 안움직일 사람들로
할머니 한 분 발견
정면의 모습을 그려도 주무시고 계시니 괜찮을 것이야
잠든 모습이 편해보이시지만은 않았다
무언가 잔뜩 웅크린채 주무신다고 해야할까
주름에서 삶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흰색 모자가 눈에 띈 어떤 생도
큰 짐가방 2개를 들고 서 있었다
한손으로 스마트폰을 열심히 보고 있었다
얼마나 궁금한게 많았을까?
손잡이 대신 지팡이
우산을 제3의 용도로 쓰다
가요를 보시느라 한참 집중하시는 아저씨
훤한 머리만큼이나
가슴도 휑하신걸까?
이렇게 오늘 하루도
나의 그림일기가
하나가 늘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