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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Aug 13. 2019

우리 집 밥도둑

아빠의 참치 양파볶음

딸내미 친구네가 오랜 기간 여행을 간다고 야채를 주고 가셨다.

덕분에 갑자기 우리 집 양파망이 풍년을 맞았다.

‘저 많은 양파를 언제 다 먹나?’하던 찰나에

딸이 치고 들어온다.

“아빠가 참치 양파볶음 하면 되겠네.”

‘딸내미야 양파가 잘게 쪼개져서 너의 입으로 들어가는 거니?’라는 말이 나오려 했지만 그래 나라를 구하는 일도 아니고 요리 하나 안 되겠나 싶어 부엌에 들어섰다.


준비물

집에 굴러다니는 양파 하나

구석에 찌그러진 참치캔 하나 100g

일단 양파를 썬다.

주먹만 한 양파야 금방 썰겠지 싶었는데 이 양파가 생각보다 맵다.

반쯤 썰었는데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눈물이 메마른 줄 알았는데 양파 덕분에 감정이 메말라서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렇게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다.

아직 반개의 양파가 더 남았다.

달랑 양파 하나에 눈물짓는다면 아저씨 체면이 말이 아니다.

떨어지려는 눈물을 닦아내고 마저 양파를 썬다.

참치는 미리 국물을 빼놓는다

이제 재료는 준비되었으니 양념장을 만들 시간이다.

레시피를 찾아보니 다 제각각이다.

간단하게 단짠매 동률로 넣기로 했다.

단맛(설탕 1스푼 + 물엿 1스푼)

짠맛(간장 2스푼)

매운맛(고춧가루 2스푼)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 집 초등학생들이 매워했던 기억이 있어서 고춧가루는 반만 넣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볶을 시간이 왔다.

우선 파와 마늘과 함께 기름을 살짝 볶아준다.

마늘을 직접 잘게 썰어서 볶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 집은 자주 먹기에 미리 썰어 냉동실에 넣어두는 편이다.

파 기름과 은은한 마늘향이 괜찮게 올라온다.

음식 향은 만들 때는 참 맛있는데 막상 먹을 때는 그 향이 많이 나지 않아 아쉽다.

이렇게 정신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양파부터 투하한다.

양파가 반쯤 투명해졌을 때 참치를 넣으라고

레시피에는 나와 있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건가?

도무지 모르겠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참치를 넣고 볶자.

익히지 않은 참치도 먹는데 살짝만 볶아본다.

그러고 나서 미리 만들어준 양념장과 함께 섞어준다.

‘분명 맛이 있을 거야’라고 자기 최면을 걸며 볶는다.

그렇게 양파 손질부터 30분에 걸친 대장정이 끝났다.

얼굴에는 양파 때문에 생긴 눈물은 사라지고 굵은 땀이 주르륵 흐른다.

야채와 된장찌개를 곁들인 식사 한 끼

우리 집 밥도둑이 완성되었다.

지난번에도 참치와 양파를 볶아주었더니

밥통을 거덜 내신 우리 아이들


아들딸아 부디 오늘은 한 그릇만 먹자.

맛없게 만들어도 많이 먹으니

아빠는 체중이 걱정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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