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Oct 25. 2019

식탁 전쟁

감자볶튀

  식탁 위에서 전쟁이 벌어졌다. 요리 하나를 두고 서로 먹겠다는 오빠와 동생. 식탁 양쪽에서 젓가락으로 마치 펜싱을 벌이는 듯 한치의 양보도 없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거창한 음식을 두고 싸우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너무나 평범한 감자볶음이다. 식탁 위에 다른 음식도 놓여 있다. 감자볶음 옆에 작게 썰린 오이와 고추장 그리고 강된장이 놓여 있다. 하지만 이건 아이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메뉴라서 그런 것인지 싸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잘게 썬 감자를 물에 살짝 씻어내어 전분을 없애고 기름을 두른 팬에 약간의 소금을 넣고 볶은 것이 전부다. 정확하게는 감자볶음과 감자튀김 사이에 어딘가에 있을법한 요리다. 물론 아빠가 오래간만에 요리를 했으며 한 그릇이 전부라는 사실을 아이들은 안다. 아빠는 절대 요리를 한 그릇 이상 하지 않으며 넉넉하고 푸짐하게 만드는 엄마와 달리 인정머리 없이 딱 먹을 만큼만 만든다는 사실 때문에 먼저 먹지 않으면 나중에는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아내가 만든 감자볶음은 고르게 익고 갈색으로 그을린 부분도 없으며 건강을 위해 당근도 들어갔다. 하지만 내가 만든 것은 오로지 감자밖에 없으며 센 불에 볶아 드문드문 감자튀김처럼 그을려 살짝 탄맛이 돈다. 게다가 센 불에 볶았지만 오래 볶기를 기다리기 힘들어 짧게 볶았더니 가운데 살짝 심이 느껴진다.

 도무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당근이 들어가지 않아서였을까? 감자볶음도 아닌 감자튀김도 아닌 그 중간 사이의 애매모호한 맛 때문이었을까? 아빠가 만들어주는 요리는 쉽게 먹어볼 수 없는 아쉬움 때문에 그런 것이었을까? 둘이 싸우는 이유를 모르겠다.

  다음 끼니에는 감자를 몇 배로 볶아야겠다. 코에서 감자가 나올 만큼 먹어서 질린다고 할 때까지. 과연 그때도 싸우려는지 한 번 지켜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말 요리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