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출근길
평소 같으면 1호선 종각역에서
내렸을 것이다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기에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1 정거장 전에서 내렸다
실수로 내린 것도 아니고
그냥 내리고 싶었다
더워서도 아니고
평범한 출근길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내리기 전
마음 안의 소리들이 외쳤다
'더운에 이 무슨 고생이야'
'그냥 하던 대로 하자'
하지만 그런 소리들을 무시한 채
지하철 시청역 개찰구를 나갔다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
이제 갈 길은 하나
지하철 1 정거장 거리를
걸어서 가는 것이다
지하철 시청에서 종각까지
생각보다 오래 걸릴 줄 알았던 거리
막상 걸어보니 10분이 조금 더 걸렸다
정확히는 12분 44초
덕분에 덤으로
짙은 서울광장의 잔디를 밟으며
시원한 아침 공기를 누리며 왔다
쓸데없다고 생각했던 일이
때로는 아주 쓸모 있는 일이
되는 것 아닐까?
삶의 변화를 위해
때로는 무모한 도전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