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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술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은 그날에 대해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마트에 가면

여성용 위생용품을 파는 곳이 있다

특별히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닌데

웬지 꺼려진다

괜한 오해를 받을까 싶어서다


결혼을 하고

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 갈 무렵이되니

오빠인 큰 아이에게

미리 교육을 시켜줘야 할 꺼 같다


아빠가 10년 동안

여자의 그날에 대해

몸으로 겪은 일을 말이다


월경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광고는 잘 없다

우리집에서 월경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대신 마술이라는 용어를 쓴다

그 날이라는 광고도 있지만

마법처럼 아내를 바꿔버리는 날이기에

마술이 더 맞지 않나 싶다

(좋은 마술이었다면 좋겠지만..)



여자의 자궁 안에서
수정란이 착상되지 않아
자궁 내막이 분해되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
[위키피디아 지식 백과 중 월경]


월경에 대해 생물시간에 배웠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여자의 자궁에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자리를 잡아

커나가면 아이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매달 아이를 낳는 것은 아니기에

자궁에서 아이를 낳을 준비를 했던 것들이

밖으로 나오게 된다고 배웠다


딱 이 정도만 알려줬을 뿐

통증? 이런건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남고여서 그랬을까?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지만

이런 건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


1. 마술에 걸리면 정말 다른 사람이 된다

갑작스레 아내가 다른 반응을 보인적이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일인데

이상하게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물론 모든 경우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유독 마술을 하는 동안에는 신경이 날카로웠다


마술에 휩싸인 동안에는

제3의 인물이려니 하는

생각이 필요하다


마술 기간 동안 도벽이 생겨

물건을 훔치는 사람도 있다하니

성격이 바뀌는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2. 마술은 통증을 동반한다

마술을 하게 되면 피가 나오게 된다

자궁 내막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피다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는 건 아니지만

옆에서 보기에는 상당히 고통스러워 보였다


직접 겪어 보지 않고

옆에서 보는 것 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픔이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3. 자기 의지로 조절 할 수 없다

마술이란 건 소변이나 대변처럼

자기 마음대로 조절 할 수 없다


참았다가 한 번에 내보내는 이런 것이 아니고

언제 나올지 알 수가 없기에

패드를 하게 되는 것이다


4. 늘 주기가 똑같지는 않다

학교에서 배우기로는 28일에 한 번

그러니까 한 달에 한 번 마술을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어떤 달은 아예 하지 않을때도

어떤 달은 한 달에 3번을 하는 경우도 보았다

스트레스로 인해서

주기가 불규칙할 수 있다고 한다


5. 본인은 상당히 신경히 쓰인다

결혼 초기에

아내는 마술로 인해 예민해진 것도 모르고

크게 싸운 뒤 몇 일동안 말을 안 한적이 있었다


몸에서 나오는 분비물 때문에

앉거나 물에 들어가는 일을 피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막무가내로

가자 하다가 싸움만 커졌다


큰 아이가 오빠나 아들로서

마법에 걸린 아내와 여동생의 그날을

잘 이해해주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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