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도 없는 중간, [평균의 종말]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하나 있다.
중간만 해. 너무 튀지 마.
너무 뒤처지지도 말고 너무 앞서지도 않게 딱 중간만 가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중간이 어디인지는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중간에 위치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을 수도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람들이 말하는 중간, 즉 평균의 허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둘 다 4kg에 가깝게 태어났다. 우량아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태어나고 나서 아이들이 모유를 잘 먹지 않아서 체중이 생각만큼 늘지 않았다. 그래서 그 후로 몇 년간이나 의사 선생님에게 평균보다 체중 미달이라고 매번 혼이 났다.
그로부터 10년 뒤 우리 아이들은 과체중이 되었다. 비만까지는 아니지만 또래보다 체중이 꽤 나간다. 어릴 적 우리를 혼냈던 선생님을 찾아가 따지고 싶었다. 대체 체중 미달이라는 아이는 어디로 사라진 것이냐고?
생각해보면 성장의 속도는 성장 그래프에 나온 것처럼 그렇게 반듯하게 늘어나지 않는다. 때로는 급격하게 늘기도 하고 때로는 천천히 늘어나기도 한다. 그렇게 성장의 속도는 시기별로 다르다. 평균은 이론에나 존재하는 이야기였다.
들쭉 날쭉의 법칙-평균이라는 허상, 세상 어디에도 없는 중간
IQ 103의 두 여성이 있다. 이 두 사람의 지적 능력은 비슷한 수준일까? 한 여성은 도형에 관한 부분의 점수가 높고 다른 여성은 언어에 관한 점수가 높았다. 하지만 그 평균이 그저 103으로 같았을 뿐이다. 생각보다 평균값에 존재하는 수치는 많지 않다.
우리는 공부 잘하는 아이가 못하는 아이보다 여러 면에서 더 나은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잘하니까 다른 것도 잘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재능은 평균적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아이는 언어, 어떤 아이는 수학, 어떤 아이는 예술 등 자기가 자신 있는 분야나 잘하는 분야가 모두 다르다. 즉 사람들은 각기 다른 색깔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이라는 잣대는 많은 것들을 흑과 백으로 구분한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모두 잘하고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모두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편견이다.
맥락의 법칙
공격성이 높다는 것이 특정 상황에서 발현되는 성격을 일반화한 것이다. 어떤 사람은 밖에서 소란스럽지만, 다른 사람은 집에서 소란스러운 것처럼 사람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그 사람의 성향이 그렇다기보다는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반응하는 모습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것을 주변 맥락을 무시하고 오롯이 그 사람 탓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
기성복이 나에게 맞지 않는 이유를 찾다.
조종사의 평균 신체 사이즈에 맞춰 비행기 좌석을 제작한다면 정확하게 맞는 조종사는 몇 명이나 될까? 4천 명이 넘는 조종사를 대상으로 실측을 했는데 정확하게 평균에 맞는 조종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니까 키, 몸무게, 가슴둘레 등을 10가지 항목의 평균에 모두 들어가는 조종사는 단 한 사람도 없다는 뜻이다.
내가 주로 찾아 입는 기성복은 보통 100을 기준으로 위아래 사이즈가 나뉜다. 그런데 옷을 입다 보면 안 맞는 경우가 더 많다. 아마도 100이라는 평균을 기준으로 가슴둘레, 키를 맞춰서 만들었을 것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맞는 걸까? 우리는 사회가 정한 평균이란 기준에 맞춰서 입고 있는 건 아닐까?
세상 어디에도 없는 평균에 나를 맞추려고 하지 말자. 누구나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있는데 모두 하나로 섞어버리면 검은색이 되고 만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평균이라는 허상에 자꾸 휘둘리지 않는 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