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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Dec 13. 2020

인생의 사막을 건너고 있다면

사막을 건너는 6가지 방법-스티브 도나휴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그것이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을 휘감고 있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내 브런치를 구독해 줄수록 압박감이 느껴졌다. 못하면 어떻게 하지? 별 재미도 의미도 없는 내용으로 남들의 시간을 빼앗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나는 내 인생의 벙커에 빠져서 제대로 된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요일 오후 잠시 여유 시간을 맞이하여 오래된 책 상자를 다시 꺼내었다. 그중 [사막을 건너는 6가지 방법]이 눈에 보였다. 2005년에 나온 책이니 무려 15년이 지난 책이었다. 거기 적혀 있는 한 줄, 과거의 내가 썼던 한 줄에 나는 다시금 힘을 얻었다.


못하는 건 죄가 아니다. 망가지는 걸 두려워말라.


p.116

  누구도 어리숙해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림 수업, 시 쓰기, 외국어 배우기 등등, 자아에서 공기를 조금만 빼면 즐길 수 있는 수많은 오아시스가 있다. 자기가 망가지는 모습을 두려워하다가는 새로운 오아시스를 즐기는 경험을 영영 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니 내게 글쓰기는 미래를 위해 남겨둔 나의 지식 저장고였다. 단지 그것이 타인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유를 했던 것인데 어느 순간 본래 목적을 잊고 있었다. 때로는 틀릴 때도 있고, 잘못된 생각을 적을 때도 있지만 그것 역시 나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구덩이에 빠진 차가 타이어의 바람을 약간 빼야 그 구덩이를 나올 수 있는 법인데 나는 공기가 꽉 찬 타이어로 엑셀레이터만 열심히 밟고 있는 셈이었다.


p.64   

 "사막에서는 오아시스를 만날 때마다 쉬어가는 거라네"

p.66

  더 많이 쉴수록 더 멀리 갈 수 있다 유목민들은 우리들이 잊어버린 것을 기억하고 있다. 더 자주 멈출수록 인생의 사막에 더 깊숙이 들어가 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쉼은 나쁜 거라 배웠다. 열정과 노력으로 점철된 삶만이 가치 있다고 알게 모르게 강요받고 있었다. 하지만 쥐 경주 같은 세상에서 조금 떨어져서 세상을 보니 쉼은 나쁨이 아니라 더 나은 도약을 위한 받침대였다. 그 사실을 모른 채 받침대가 무너지고 나서야 후회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고 있는 중이다.


p.72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 일은 오아시스 주변에 벽을 쌓는 것이다. 밤에 전화기 코드를 뽑아 두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전화를 받지 않고 가족과 함께 즐겁게 식사를 하겠다는 약속도 하나의 벽이다.

p.73

  우리의 아이들, 배우자, 부모, 친구, 동료는 우리의 생활을 끊임없이 침범하는 침입자가 되기도 한다.


  오프라 윈프리의 책에서 오프라는 자신이 힘들 때 화장실에 간다고 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그 공간에서 자신만의 감정을 충만히 한 뒤 다시 나왔다고 했다. 오프라에게는 화장실이 하나의 벽이 된 것이다. 인의 오아시스는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가벼운 No에서부터 큰 No까지 숱한 No를 통해서 자신만의 장벽을 구축하게 된다. 그렇게 나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졌을 때 자신만의 오아시를 보호할 수 있다.


p.49

  그 순간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 어떨까? 이런 자세로 산다고 해서 해야 할 일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에 해야 할 일이 아닌, 바로 눈앞에 있는 일에 모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미래를 향해 돌진하는 가운데에서도 현재의 충만함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이렇듯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사막을 여행하는 마음 자세이며 그 덕분에 우리의 여행이 더 풍요로워진다. 아마 그래서 투아레그족 언어인 타마세크어에는 내일을 의미하는 단어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에 사는 것이 세상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절감한다. 밥을 먹으며 내일 뭐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차를 타며 어제 못한 일에 대해서 후회를 한다. 그 순간은 지금 현재 밖에 존재하지 않는데 자꾸만 우리는 현재가 아닌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며 현재를 놓치고 있다. 현재에 집중한다고 삶이 결정적으로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무엇에 내가 행복해하는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p.26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역한 것, 모호한 것, 혹은 역설을 싫어한다. 길을 잃거나 방향을 물어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불확실한 것을 잘 참아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다름과 틀림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친구 중에 "너는 나랑 틀려"라고 하는 친구가 있었다. 문제가 맞고 틀리는 것이지 사람은 다른 것이 맞았다. 하지만 다름이 곧 틀림이라고 배웠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 친구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된다. 다름은 곧 개성이 되고 새로운 길이 되는 법인데 우리에게는 다른 것은 튀는 사람이 되기에 사람들이 거북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때로는 잃어버린 길에서 더 멋진 관광지를 찾게 되는 일도 있으니 정해진 길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고 자책하지 말자.


p.163

  '항상 준비되어 있지 않기'는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것에 직면하기 전에 모든 상황에 대비해 완벽하게 준비해 두려는 마음 자세를 반대하는 슬로건이다. 이제 막 탐험을 시작하려고 하는 사막의 지도를 만드는 데 너무나 많은 시간과 힘을 허비할 수도 있다.


  나쁜 일이 아니라면 무언가를 저지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가 아닐까? 준비를 100% 하고 달려들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그리고 막상 100%를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현장에 가보면 부족한 부분이 태반이다. 익숙하지 않게 시작해서 계속 보완해 나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제일 빠른 해결책인지도 모른다.


p.182

  무엇보다 가장 큰 장애물은 이들의 머릿속에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모두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마음속에서 울리는 두려움 중에서 가장 큰 두려움에 귀를 기울였다. 빌의 마음속에 있는 국경 수비대는 이렇게 말했다. "의사가 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아." 패티의 수비대는 "딸아이들한테는 아직 엄마가 필요해"라는 말로 그녀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그들은 오래지 않아 잘못된 믿음 뒤에 가려진 진실을 발견했다. 빌은 '의사가 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은 것'이 아니라 '꿈을 버리기에는 너무 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패티는 많은 생각을 한 후에 '딸아이들은 내가 직업인으로 성공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면의 목소리는 부정적인 경향을 띠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렇게 안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고 말하게 하는지 내가 집중을 하지 않으면 부정적인 목소리에 휘둘려 진실이 아닌 머릿속의 가짜 두려움에 빠지게 된다. 죽음이라는 명제 앞에 자신의 고민을 놓는 순간 고민에 대한 해답이 조금은 보인다.



  사람들은 인생을 산에 비유하곤 하는데 오히려 사막이 더 맞아 보인다. 저자인 스티브 도나휴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말이 더 타당해 보인다. 눈앞에 정상이 보여서 그대로 올라가면 끝이 나는 등산이 아니라 목적지가 어디인지 내가 맞게 가는지도 모르는 사막이 더 인생에 맞지 않을까?

  인생의 목적지보다는 인생 그 자체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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