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서의 한계
한동안 육아서를 열심히 읽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울 수 있을지? 고민을 해가면서 육아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얘기를 들어서였을까? "아 그렇지!"라고 이해는 했지만 막상 현실에선 접목이 잘 안 되었다.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행동하는 것이기에 여러 가지 방법 중에 실천하려고 했던 건 딱 2가지였다.
1. 학교나 유치원에서의 일 물어보고 들어봐 주기
2. 하루에 한 권이라도 책 읽어주기
크게 힘이 드는 일도 돈이 드는 일도 아닌데 못 해주는 날이 훨씬 많았다. 달성표라도 만들어서 체크했다면 조금 더 자주 해줄 수 있었을까?
몇 해 전 큰 아이가 했던 말이 기억이 났다.
"아빠, 오늘은 꼭 일찍 와!"
큰 아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같이 밥을 먹고 아빠가 회사에 간다고 하니 했던 말이었다.
아빠가 특별히 해 주는 것도 없이 그냥 책 읽어주고, 오늘 있었던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장난감을 갖고 놀 때 옆에서 지켜보는 것뿐인데도 아빠인 나에게 일찍 오라며 신신당부를 했었다.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이라며 중고등학교 지나면 아빠는 돈 벌어오는 사람이라며 몇 년만 지나면 아이들이 찾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아들딸이 모두 중학생이 되었다. 그때 주위 사람들의 말처럼 이제는 아빠와 함께 무엇을 하기보다는 주위 친구들과 함께 때로는 자기 혼자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이루고자 했던 일 또는 돈을 위해 일했던 것이 가족의 희생 아래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 지금 하는 일이 가족의 희생보다 더 의미 있고 값진 일은 아니었는데, 단지 관성 마냥 타성에 젖어 가족들이 힘들어하는데도 감내하기를 바라고 나의 일에 매몰되어 있었다.
다음에 잘해줘야지 했던 그다음에는 결국 다시 오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아이들과 잘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철 지난 육아서를 보며 다시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