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Apr 29. 2023

사각지옥

스마트폰 하지 않는 삶

  지하철을 탄다.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낸다. 무수히 많은 놀거리와 볼거리가 나의 시간을 유혹한다. 결국 유혹에 굴복하여 사각 지옥에 빠지고 만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나와 똑같다. 7~80퍼센트의 대중과 동일한 행위를 하고 있다. 중간은 가는 셈이다. 약간의 안도감을 느낀다. 저 멀리 노약자석에서 종이 신문을 읽고 계신 두 노인이 보인다. 다수와 다른 모습이다. 더 특별한 사람이 있다. 맞은편 여성이 새빨간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 내려가는 중이다. 그분이 필기구로 적어 내려가는 내용이 무엇일까? 궁금증이 생긴다. 일기일까? 소설일까? 작가님 옆 자리가 비었다. 자리를 옮겨보려다 괜한 민폐인가 싶어 모른 척 멍을 때려본다.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사이 생각들이 무수히 지나간다.


  잉여의 삶

  경제적 가치가 있는 삶만 의미가 있을까? 무언가 뜻깊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시간만 삶의 중요한 시간일까? 멍 때리는 시간은 낭비의 삶일까?

  아직 지나야 할 지하철 역이 남았다. 건너편 창밖으로 보이는 모습을 보려다 맞은편 사람을 째려보는 모양새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모두들 앉아 있는데 혼자 일어서려니 어색하다.

  어느새 이리 계절이 흘렀을까? 검정과 흰 눈이 어우러지던 겨울이 지나고 화려했던 봄 꽃들도 지나간 자리에 편안함과 휴식을 느끼게 해주는 연두색과 녹색의 잎들이 무수하게 올라오는 중이다.

 계절은 푸르름을 머금은 지 한참이 지났건만 내 마음만 겨울에 머물렀던 것일까?


콘텐츠 생산자의 삶

  소비자의 삶은 쉽다. 때로는 그저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물론 취사선택의 자유는 있으니 원하지 않는 것까지 취할 필요는 없다.

  보는 것과 달리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만들기 위한 노력과 달리 결과는 투입시간에 비례하여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대중의 취향에 적절하게 어필했을 때 좋은 호응을 이끌어낸다.

  그래도 소비자의 삶보다는 생산자의 삶이 더 낫다. 소비자는 시간이 지나도 남는 게 없지만 생산자에게는 자기만의 콘텐츠가 쌓여 실력이 되고 능력이 된다.


  사각 지옥에서 완전한 탈출은 불가능하겠지만 가끔씩이라도 탈출해 보자. 새로운 세상이 보일 테니.

매거진의 이전글 What I Lov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