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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n 22. 2023

082_20년 전과 후

학교를 다시 가다

  대학을 졸업하고 20년이 넘어 강단에 서게 되었다. 학생으로 느꼈던 학교의 느낌과 강사로서 느껴지는 생각은 많이 달랐다. 수업을 하기 전 10여분의 여유 시간 동안 학교를 둘러보며 과거와 달라진 생각들을 적어 보았다.

거대했던 학교, 너무 작은 학교

입학을 하며 학교 정문에 들어서 강의동과 정원까지 학교가 굉장히 넓어 보였다. 그렇게 넓은 면적도 아니었는데 유난히 학교가 커 보였다. 하지만 40대의 강사가 되어 학교를 와 보니 유난히 작아 보였다. 분명 면적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건물도 그대로였지만 예전의 그런 컸던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아기자기한 모습처럼 느껴졌다.


자유와 부자유

20년 전에도 분명 이 자리에 서 있었다. 그때는 그저 교수님들의 시선을 피해 어떻게 놀까? 그런 궁리를 하며 다녔는데 이제 강사로 와서 앉아보니 내 자리가 아닌 듯 불편하고 어색한 느낌이 든다.


숨어도 다 보여요

50여 명의 학생들이 비좁게 다닥다닥 붙어 있던 강의실이었다. 교수님 눈에 맨 뒤에 앉아 있는 학생이나 가장 오른쪽 구석에 앉은자리는 보이지 않을 거라 믿었다. 2,30cm 높이의 강단에 올라서니 한 사람 한 사람 다 눈에 들어온다. 정말 눈만 봐도 이 사람이 내 말을 듣고 있는지 딴생각하고 있는지 보인다. 잘 들어주는 친구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다.


교수님도 다 알지는 못했을 텐데

강의자료를 준비하면 늘 아쉬움이 든다. 내가 모든 것을 다 아는 게 아닌데 그리고 내가 강단에서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해주지 못하는데. 교수님도 놓치는 부분이 있었을 테고 모르는 부분도 있었을 텐데 어린 시절의 나는 교수님이 만능처럼 느껴졌다. 교수님도 역시 사람이었는데.


어느덧 10분의 시간이 지나고 강단에 오른다. 부디 재미있는 강의여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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