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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n 14. 2023

074_버스 아저씨의 민법 강의

일터는 바꿀 수 없지만

  버스로 출퇴근을 하다 수많은 버스기사분들을 보았지만 유독 두 분이 눈에 띄었다.


  한 분은 사람들이 타고 내릴 때마다 반갑게 인사를 했다. 나는 무안해서 답을 못했지만 반갑게 답을 해주는 손님도 있었다. 특별히 아저씨의 운전기술이 뛰어난 건 아니었지만 덕분에 버스에 있는 순간에 긍정적인 기분이 감도는 느낌이라 좋았다.


  또 한 분은 민법 강의 때문이었다. 어디에선가 강의 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동영상 강의를 보는 사람은 없었다. 보통 버스를 타면 음악을 틀어주거나 뉴스 방송이 대다수였는데 그 기사분은 특이하게도 민법 강의를 듣고 있었다. 공부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세히 얼굴을 보니 나이도 많이 들어 보이지는 않았다. 일하면서 공부까지 하나 하는 숙연한 생각이 들 무렵 사거리에서 차가 멈추니 스마트폰을 들며 '에이 재미없어'하고는 폰을 끄고 버스 라디오를 켜며 뉴스로 전환했다. 끝까지 민법 강의를 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자신의 시간을 그냥 보내지 않고 유용하게 보내려 애쓰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지겨운 일터지만 그 일터를 즐겁게 만들고 배움터로 만드는 건 자신의 노력 같다. 일터는 나의 손으로 지금 당장 바꿀 수는 없다. 물론 사표를 쓰거나 부서 이동을 하면 되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일터를 대하는 자세 그것만은 우리가 쉽게 바꿀 수 있다. 일터를 탓하기 전에 나 자신의 자세부터 한번 바꿔보고 시작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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