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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un 12. 2023

072_20년차 직딩입니다. 2편

1편에 이어서

https://brunch.co.kr/@hermite236/1544

20년 차 직장인 생존 비결 두 번째 편을 이어 적어본다.


나만의 비법 노트를 만들라

  회사에 입사하고 3년이 되었을 무렵 부서를 옮기게 되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였다. 보고 자료를 모으고 단순한 보고 업무를 하면서 일을 배우게 되었는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생소한 분야라서 배우는데 아주 힘이 들었다.

  특히나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여 업무에 필요한 화면을 접근하고 화면별로 처리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다 새로웠다.

  처음 업무를 하는 내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손바닥만 한 노트를 사서 하나둘씩 적어 내려갔다. ‘오늘은 이렇게 입력하고 다음 업무할 때는 이렇게 해야지.’ 한 2년쯤 지나니 누구에게 묻지 않고도 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도 그 노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한 번은 실수를 하지만 그 뒤부터는 실수 없이 일을 해낼 수 있었다. 그 노트에는 이런 업무적인 방법 말고도 내게 해주었던 충고들을 잊지 않고 적었다.

  처음 그 부서로 옮겼을 때 관리자 분이 이런 조언을 해주셨다.


  넌 손이 빠르지만 정확성이 부족하다. 글씨를 좀 더 정확하고 잘 썼으면 좋겠다. 우리는 법을 다루는 일이니 법을 외우거라.


  3가지 중에 반 정도 한 거 같다. 늘 보고를 하기 전 한번 더 계산해 보고 검증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꼼꼼하게 검토를 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 내가 적용한 법이 맞는지 한 번 더 법령을 찾아보고 있다. 다만 관리자의 조언대로 법을 외웠으면 좋겠지만 그 정도까지는 못했다. 아마 법의 취지나 종합적인 이해를 위해서 외우라고 하셨던 거 같다.

  글씨는 아직도 미결과제다. 컴퓨터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인 충고들을 내가 하나둘씩 개선해 나가면서 내 능력도 조금씩 늘어난다는 것을 느낀다. 상사의 조언을 무시하지 말고 한 번쯤은 귀 기울여 듣자. 내게 조언을 해주는 상사는 그래도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내게 관심조차 없다면 굳이 에너지를 써가면서 충고를 할 필요도 없다. 관심 없는 직원에게는 얘기조차 해주지 않는다. 내게 조언을 건넨다면 최소한 내게 작은 관심은 가지고 있다는 뜻일 게다.

  물론 충고가 듣기에는 상당히 거북하다. 충고를 듣고 좋아할 사람은 그리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충고를 듣고 개선할 수 있다면 그까짓 충고쯤 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2,30대에 시작한다. 그때쯤이면 성인으로서 자기 고집이나 습관이 이미 자리 잡혀있다. 그래서 태도나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변화가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평판 관리

(친구가 되진 못하더라도 적이 되진 말자)

  몇 년간 인사실무자로 사람을 뽑을 때 관리자 직급과 회의를 한 적이 있었다. 추천된 사람에 대해서 통상 세 사람 정도의 의견을 물었는데 한 사람이라도 나쁜 의견이 나오면 배제하곤 했다. 그렇게 사람을 뽑을 때 평판조회를 하였다.

 새로 뽑고자 하는 직원에 대해 그전에 같이 일하던 직원에게 물으면 몇 가지로 대답이 나뉜다.


잘 모르겠어(그 사람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

별로야(성격도 안 좋고 일도 못해)

사람은 좋아(성격은 괜찮은 거 같은데 일은 잘 못해)

사람도 좋아(일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진 않지만 평판을 물어보면 즉시 대답이 나오면서 그 사람 괜찮아라고 하면 정말 그 사람이 괜찮은 편이지만 약 3초 정도 정적이 시간이 흐른 뒤 '사람은 좋아'라는 얘기가 나오면 나쁜 사람은 아닌데 추천하기엔 부적당하다는 의미로 들린다. 물론 나는 인사담당자였기에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고자 했었다. 나의 판단 한 마디로 인해서 그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신중 또 신중하게 평판조회에 대한 내용을 전달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추천된 직원에 대한 평판이나 풍문이 전부 맞진 않았지만 같이 일해보면 70~80퍼센트는 맞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평판 조회를 믿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주 무시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어느 곳에서 있든 나와 적이 된 사람이 내가 가고자 하는 곳에서 평판 조회를 물어봤을 때 나에게 비수를 꽂을 수도 있단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난 직장 생활하면서 아주 절친한 친구가 되진 못하더라도 그 사람과 적이 돼서 헤어지지 말자고 다짐했다.

  사람이란 은혜는 잊더라도 원수는 잊지 못하는 법이다. 채무자는 빚을 잊을 수 있지만 채권자는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부디 다른 직원의 적이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자신의 일만 열심히 해서는 안된다. 타인을 위해서 가끔은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일을 놓으면서 그렇게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옆에 직원이 힘겹게 일하고 있는데 도와주거나 격려의 한마디를 건네는 일, 그것이 시작일 것이다.


give and take

  부하직원은 관리자가 내가 일한 것에 비해 인사고과를 잘 안 줘서 불만이라 하고 관리자는 부하직원이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없어서 다음 기회까지 더 열심히 하면 인사고과를 올려주겠다고 한다.

  과연 누가 맞는 걸까? 인생은 흔히 give and take라고 한다. 일방적으로 주거나 일방적으로 받는 것이 아닌 서로 주고받는 사이란 뜻이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 내가 give 한 만큼 그 사람에게 take가 돌아오진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give 하지 않으면 돌아올 take도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조금은 바보 같지만 내가 받는 보수보다 조금만 더 하려고 노력하자. 그 노력이 빛을 발할 순간이 온다. 노력한 직후에 바로 보상이 되지 않더라도 말이다.


궂은일은 자발적으로

  궂은일은 먼저 나서서 하는 직원을 보면 사람이 괜찮아 보인다. 예를 들어 빈 생수통 교체하기, 쓰레기통 비우기, 전원 끄기. 참 하찮은 일들이 많은데 선임이 시키기 전에 미리 해주는 부하직원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예전에 겪었던 일이다. 상부에서 보고 업무가 내려왔는데 1회성 업무였다. 그 업무에 대해서는 업무 분담 내용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은 애매한 업무였다. 대략 2,3일의 시간이 필요한 업무였다. 그래서 관리자분께서 팀 회의를 소집하고는 "누가 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직원들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현재 업무에 추가로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모두들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나마 경험이 많았던 옆직원이 본인이 하겠다고 나서서 다행히 그 보고 업무는 잘 마무리가 되었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관리자 분이 자발적으로 나선 직원에 대해 칭찬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관리자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업무에 나서는 이를 싫어할 수 있을까?


상사가 요구하기 전에 먼저 만들자

  한 팀에서 동일한 일을 하지만 쉽고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느린데도 불구하고 자료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두 사람의 차이를 꼽자면 일에 대한 이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상사가 똑같이 직원 3명에게 수치 자료를 입력해 달라고 하면


  첫 번째 직원은 받은 자료를 입력만 해서 가져다주고

  두 번째 직원은 입력 후에 한번 검증 후 엑셀에서 미리 보기 하여 제목행과 내용열까지 맞춰서 인쇄하기 쉽도록 만들어서 주고   

  마지막 직원은 거래처별 요약 피벗보고서까지 붙인다면

  일을 나눠준 관리자 입장에서는 어떤 사람이 제일 좋을까? 말하지 않아도 그건  마지막 사람일 것이다. 다만 이렇게 데이터를 가공해서 보고를 하는 것은 여유 시간이 허락한다는 전제조건하에서다. 최대한 빨리 자료를 입력해야 한다면 첫 번째 직원과 같이 입력된 내용이 정확하게 쳤는지만 확인해서 주는 게 중요하다.


  일에 대한 나의 생각이 지금의 시대에는 조금 뒤떨어진 내용과 사고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상급자와 하급자라는 관계 자체는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고 사람이 일한다는 것 자체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부디 후배가 뛰어난 직원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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