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를 알 수 없는 접이식 나이프
10년 전쯤이었을까? 호신용으로 칼을 하나 사야겠다는 이상한(?) 생각에 접이식 칼을 하나 샀다.
유사시에 나를 보호한다는 생각에 어디서 주문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조립 칼을 지갑 속에 넣고 다녔다. 하지만 웃긴 일이었다. 위급한 상황에 지갑 속에서 칼을 꺼내 태연히 조립을 하고 있을 수 있었을까?
오히려 나를 해치려고 마음먹었다면 내가 조립한 칼로 나를 다치게 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타인이 나를 위협한다고 과연 그 칼로 상대를 찌를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웠다. 칼날이 제대로 서 있지조차 않은 아주 무딘 칼이었다. 날이 아주 예리한 부엌칼로도 돼지고기 하나 잘 썰지 못하는 내가 과연 이런 무딘 칼로 온 힘을 다해 덤비는 괴한을 막고 칼로 찌를 수 있었을까?
마흔이 넘어 그 칼을 보니 나를 보호하는 용도보다는 오히려 비상시에 칼이 필요한 시점에 써야 하는 생활 도구가 되어 버렸다.
나이가 들며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 걸까? 아니면 이제 이 정도 나이는 새우배에 끌려가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한 걸까?
지갑 속 무딘 조립 칼을 보며 인생에 관한 헛헛함이 문득 생각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