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책상에 놓여 있던 전화기
그냥 그려보고 싶었다
기껏해야 버튼 몇 개와
송수화기 하나라 간단해보였는데
막상 그려보면 생각과는 많이 다름을 느끼다
간단한 동그라미조차
내 마음대로 그려지지 않는다
수화기는 더 이상하다
비율이 맞지 않는다
'그만 그릴까?' 마음 속에서
질문이 들어온다
'머하러 스트레스 받으며 그리고 있어
그냥 그리지마'
그럴 땐 밀어붙이는 게 답이다
내 안의 목소리를
꾹꾹 눌러가며
전체적인 틀은 완성하다
어설픔과 아쉬움 투성이지만
내 손으로 끝냈음에
무언가 하나 건진 느낌이다
색깔을 넣어보면 좀 더 나을까 싶어
추가해 보았다
온통 검정 바탕의 회색 버튼
실제대로 그리면 검은색 밖에
보이지 않을 것 같아 회색 버튼만
몇 개 색칠했다
음영도 약간 넣어줬다
아까보다 나은건가?
잘 판단이 안된다
허나 이미 입은 색깔은 어찌 할 수 없다
그림 그리며 떠오른
내 생각을 몇 마디 적고는
그림을 끝냈다
늘
책상에
있던 너
그림이라도
그려야
주의깊게
보게 되는구나.
이렇게
버튼이
많았었나?
미안하다.
줄은
전부 그릴
엄두가 나질 않아
잘라 버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