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품 잡지에 있는 시계
무작정 그려 보았다
난 명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명품이란 건 웬지 그 기능에 비해
고평가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그렸다
남자에게 중요하다는
구두, 벨트 그리고 시계
어느 것 하나 명품을 지니고 있진 않지만
웬지 명품이라는 물건보다는
명품을 그릴 수 있는 내 손에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처음에 시계를 그리며 고민했다
자세한 것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대칭적으로 이뤄진 것들이 많아
조금 비뚤어지면
예쁘지 않을 것이란것도
생긴대로 논다는 말처럼
굴곡진 시계를 그리고 말았다
시계 전부가 보이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무작정 12시부터 그리기 시작한 덕분에 9시 부근은 아예
사라져 버렸다
분침 4칸을 일일이 그려넣는데
이건 정말 조각을 하고 있는지
그림을 그리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때로는 한 칸에 3개가
어떤때는 한 칸에 5개가 그려지기도 했지만 이내 다음 칸으로 옮겼다
군데군데 펜이 마르기 전에 손이 스쳐서 번진 흔적이 있었다
깨끗이 지우고 싶지만
실수도 그림의 일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완성된 시계
보고 나니 마음이 뿌듯하군
오늘도 나의 추억 하나가 늘었다
그거면 족하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필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