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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Oct 13. 2023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중재자의 역할

  친구 4명이 모이기로 했습니다. 서울, 의정부, 부천, 천안까지 각기 다른 동네에 사는 친구였습니다. 돌아가면서 밥을 사는데 이번에는 천안에 사는 친구가 밥을 살 차례였습니다. 천안 친구가 강남에서 보는 게 어떻냐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자 의정부 친구는 본인이 강남까지 가려면 3시간은 족히 운전해서 가야 하는데 너무 멀다고 이의를 제기하지요. 그렇게 여기가 좋다 저기가 좋다는 격론이 이어지다가 결국 천안 친구는 그럴 거면 차라리 천안으로 내려오라고 하네요.


  그러자 의정부 친구가 천안에는 너 하나지만 나머지 3명은 그 멀리 천안까지 가야 되지 않겠냐며 이의를 제기합니다. 결국 의정부 친구가 설문조사를 단톡방에 올렸습니다. 일산, 강남, 천안 세 군데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설문조사를 올리고 의정부 친구는  일산을 선택하였습니다. 천안 친구가 아닌 나머지 친구 2명에 너의 의견을 표시해라 그런 뜻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른 친구의 뜻을 통해서 천안에 있는 친구를 굴복시키고자 하는 그런 뜻이 엿보였습니다. 이러다간 답이 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친구들끼리 싸움만 되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천안 친구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정말 강남에 가고 싶은 거니라고 물으니 아니랍니다. 왜 강남을 이야기한 것인지 물었더니 천안에서 강남까지 직행 버스로 1시간 반 정도면 간답니다. 약속 날짜가 토요일이었습니다. 주말 오후에 차가 많이 밀리니 그 정도는 당연해 보였습니다. 일산까지 가기에 천안 친구가 생각하기에 2시간 반에서 3시간은 걸릴 것 같았답니다. 본인이 밥도 사면서 장시간 버스를 타고 가는 게 아무리 친구들이라지만 약간은 탐탁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제가 그래서 중재안을 이야기했습니다. 천안에서 일산까지 ktx를 타고 오면 어떻겠느냐고 하였습니다. 그 생각은 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천안에서 일산까지 ktx로 1시간 10분 정도 걸리거든요. 직행버스로 가는 강남보다 시간으로 보면 오히려 덜 걸리는 셈이죠. 천안 친구는 이야기를 듣더니 그 정도면 본인도 ktx로 움직일 생각이 있답니다. 그래서 결국 단톡방에서는 투표가 아닌 제가 일산에서 모이자라는 의견을 내었습니다. 그렇게 의견 합치가 되어 결국 일산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일산은 따져보니 저도 1시간, 의정부 친구도 1시간, 서울 친구도 1시간, 천안 친구가 1시간 10분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중간 지점이었습니다.


  상대방에 대해서 우리는 잘 모릅니다. 어쩌면 의정부에 있는 친구는 천안에 있는 친구가 그저 강남에 가서 조금 멋진 음식점을 가고 싶어서 그렇게 혼자 떼를 쓰지 않았나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천안에 있는 친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가 돈까지 쓰며 멀리 가는데 나머지 친구들이 자기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모임에서 중재자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만의 이익이 아니라 모두의 이익을 같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의견을 찾아내는 중재자가 있어야 그 모임이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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