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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Oct 06. 2023

두 회장

공적단체의 장이 된다는 것

  오랜 기간 비영리 모임의 회장을 했던 두 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사업을 운영하면서 사회에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던 일이고 비슷한 모임에서 일했기에 두 분의 이야기에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모임의 새로운 회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며 봉사 모임이라 할지라도 그 자리가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자금 운용의 어려움

  자리를 옮기든 인테리어 공사를 하든 작은 행사를 하든 어떻게든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비영리 모임이라고 해서 돈이 아예 들어가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렇다 보면 결국 누군가의 돈이 필요하게 되고, 모임의 누적 회비를 쓰게 되거나 새로 회비를 걷어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모임에서 진행하려는 일에 대한 타당성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있어서의 공평함까지도 요구되는 일이지요. 자기의 돈을 자기가 쓰는 것이야 자유겠지만 여러 사람의 돈이 쓰이는 과정이다 보니 진행 과정에서 조금만 불만이 있는 상대방이 나타나면 거래에 대해 트집을 잡기 마련입니다. 공모를 통해서 했으나 탈락한 이가 앙심을 품고 거짓된 폭로라도 하게 되면 사실이 그렇지 않더라도 구설수에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공공 자금은 쓰기가 훨씬 어려워 보입니다.


  장기가 아닌 단기

  모임의 장은 통상 2,3년이면 바뀌게 됩니다. 새로 부임하는 사람 입장에서야 그 기간이 굉장히 길지만 막상 그 자리에 앉아서 해보면 시간은 금세 지나갑니다.  하지만 자신의 임기가 생각보다 빨리 끝난다는 사실을 초기에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의욕에 넘쳐서 많은 일들을 벌이게 되고 지나치게 단기적인 결과에 집착하다 보니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본인이 재직한 시절에 어떤 성과를 내고 싶은 것이 사람의 욕심이기 때문이지요. 어쩌면 모임의 리더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은 전대에 이미 했던 고민을 다시 하지 않고 후대에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며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토대를 쌓아가는 것이 모임의 장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처절함과 절실함

  공적 자금에는 절실함이 없습니다.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하는 절박함이 없기 때문이죠. 개인이 사업을 벌일 때는 처절할 만큼 돈에 집착합니다. 자신의 노력 하나하나가 모두 돈으로 연결되기에 허투루 지나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말이 있듯 공공의 돈은 누구의 돈도 아닙니다. 주인이 없는 돈이기에 그렇게 아껴 쓰지 않게 되지요. 그것은 구성원의 문제라기보다는 비영리 모임이 가진 한계이기도 합니다.


  두 회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회장으로서의 자리가 신문에서 드러나는 화려함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화려함 그 이면에는 훨씬 더 힘든 어려움이 자리잡지만 그저 수면 위에 드러나는 화려함만을 보고 그 사람들을 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제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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