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항구 근처였다
정말 멋있어 보이는 요트 한 척이
정박해 있었다
한 번 그려봐야지 하고는
수첩과 펜을 들었다
그렇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잘 그려지지 않았고
정박해 있던 요트마저
이내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다
부랴부랴 사진을 찍었지만
사진을 보고 그리려니
방향과 형태가 달라져
더 이상 그릴 수 없었다
느린 그림 속도로 인해
그림을 끝내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가
그림첩을 다시 열었다
비록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내 기억을 남기기에는
그만큼으로도 충분했다
요즘들어 그림을 그릴 시간을 못 내고 있다
'한 번 시작하면 다 끝내야지'
'그러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해'
'일부만 그려서 무슨 의미가 있니?'
마음 속에서 들리는 그런 소리들에
그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내일은 선 하나라도 그려보자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
그것은 꼭 완벽하고 멋져야 되는 건 아니니
무언가 시도하고 쌓일 때
진정으로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