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Jan 24. 2024

#24 쌍방과실

일방과 타방

  세무조사를 하다 보면 당사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탈세제보가 들어오면 마치 제보의 당사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거의 악인에 가깝게 묘사가 됩니다. 그럴 때마다 조사팀 입장에서 법관은 아니지만 가급적 진실을 추구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저만의 판단 기준 몇 가지를 공유해 봅니다.


의견인가? 사실인가?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치 사실인양 의견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견에는 항상 주관이 실릴 수밖에 없죠.

  예를 들어 “주변에 빨간색을 찾아보세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주변의 빨간 물체가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하기 전에는 그 빨간 물체가 의식이 되었던가요? 아마도 의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가 어떤 주관과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보는 것도 달라진다는 이야기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과연 주관이 개입되지 않은 사실인가를 늘 묻게 됩니다.


증거가 있는가? 입증자료가 있는가?

  말은 바뀌기 마련입니다. 그럴수록 자료와 증거를 보고 판단해야 하지요. 또한 편집된 증거도 잘 봐야 합니다. 한 시간 분량의 강의에서 욕설만 1분 뽑아내어 이어 붙이면 강사는 맥락 없이 욕만 한 사람이 됩니다. 그러니 전체가 아니라 부분을 놓고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도 고민해야 하지요. 내가 보고 있는 자료가 어쩌면 몇 만 페이지 중에 몇십 페이지만 골라내어 제출한 자료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해 관계없는 제삼자도 동일하게 이야기하는가?

  경제적으로 지원을 받는 사람이 지원을 해 주는 사람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빚을 지고 이는 채무자에 대해서 채권자는 주관적인 생각을 보태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이해관계가 얽히는 순간 사실은 왜곡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와 이해관계가 없는 제3의 이야기를 들어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배척되는 증거는 없는가?

  증거가 말하는 방향에서도 서로 배척되는 증거는 없는지 찾아봅니다. 내가 판단을 하기 전에 나의 생각에 배척되는 증거에 대한 명확한 의견이 없다면 생각이 한 편으로 치우쳤다는 뜻이니까요.


선입관을 배제하였는가?

  조사를 하다 보면 국고주의라는 표현을 씁니다. 세금이 나올지 안 나올지 애매한 상황이라면 일단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반대로 납세자는 그런 상황이라면 나오지 않아야 타당하다고 생각하지요. 서로의 선입관이 때로는 반대 의견을 못 보게 만들기도 합니다.


  타인의 의견을 듣다가도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오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의 기준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조금 더 객관적인 시야를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23 아들의 뒷모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