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6분 43초

마땅히 그릴만한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도 광둥어 회화책을 꺼냈다


와이셔츠를 입다 말고

단추만 하나 덜렁 채운 채로 앉았다

누구 하나 볼 사람 없으니

일단 그릴 마음이 들었을 때

얼른 시작해야 했다


어제보다 조금 늦어진 시간

여유는 없었다

그림을 그린다고 지각을 할 시간이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금 나가면

앉아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딱, 오늘만'

'내일은 어찌 될지 알 수 없으니

오늘만 해 보자!'

그렇게 마음을 달래 놓고는

펜을 들었다


%EC%83%88+%ED%8C%8C%EC%9D%BC+2017-02-09_1.jpg


오늘은 홍콩의 2층 전차를 그려보기로 했다

네모가 잘 그려졌으면 좋았을텐데

약간 찌그러졌다

처음부터 위기다


비판의 목소리가 스멀스멀 올라올 때 쯤

다시 세부내용을 그려본다

창문도 그리고 출입구도 그려주고


그렇게 완성된 그림

%EC%83%88+%ED%8C%8C%EC%9D%BC+2017-02-09_2.jpg

초현실주의 그림이 되었다

원근이 아주 안맞는다

비판을 할라면 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분 43초의 시간을 내어

그림을 그린 나를 칭찬해 주다


덤으로 아령을 좌우 3번씩 들었다

어제는 두 번이었으니


마의 주말이 오고 있다

불규칙한 일정 때문에

그림을 그릴 시간이 될런지

주말동안 하루에 1분씩 그리기

시험대에 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작은 늘 그렇듯 그저 1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