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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r 28. 2024

#88_골프에서 성격이 나옵니다.

골프 초보의 시선

  사실 저는 골프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거의 하루 가까이 시간도 소모되고 금전적으로도 많은 지출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를 시작하게 된 것은 한 은행 지점장님의 이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회사 서류 잘 봐!


  골프라는 스포츠는 심판이 있는 경기는 아닙니다. 때로는 자신만이 결과를 알 수 있을 때도 있습니다.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 떨어졌을 경우 벌타를 받아야 하지만 거기에 남아 있는 타인의 볼을 마치 자기 것 인양 이야기해서 나쁜 스코어를 면할 수도 있겠지요. 공을 이미 쳤으나 잘못 쳐서 바로 앞에 떨어졌을 때도 남이 못 봤겠거니 하고 다시 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동반자가 없는 상황에서 타인을 속일 수도 있는 게임이지요. 그렇게 골프타수를 실제보다 속일 수도 있고요.

  그런 성향을 보고 거짓된 부분이 많다면 서류 역시 그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답니다.

#그 회사 대출 회수해!


  골프는 정신력이 많이 좌우하는 게임 같습니다. 그래서 샷이 평소와 달리 유난히 불안정하다면 심적으로 불안하다는 뜻입니다.

  사업이 잘되면 심적으로 불안할 일이 없겠지만 잘 안되고 있을 때는 무언가 쫓기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관리하는 고객 중에 골프샷이 유난히 흔들리는 업체는 특별히 더 대출을 관리하라고 지시를 한다고 합니다.


# 크게 될 사람인가?


  저는 골프는 먼 거리를 누가 최저 타수로 공을 홀컵에 넣는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스코어 카드에 적히는 숫자에 불과하더군요.

  물론 점수 70,80대의 싱글 골퍼와 같이 아주 잘 치는 수준이면 좋겠지요. 하지만 라운딩 하는 4시간은 서로에 대해서 아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잠깐의 시간은 상대방을 속일 수 있지요. 하지만 몇 시간 동안 이뤄지는 게임 속에서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행동까지 숨기기는 어렵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지, 앞서 나가서 치려 하지 않는지, 속임수는 없는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다양한 요인들이 파악되어 다음에 만날만한 사람인지 판단이 됩니다.


  은행 지점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이제 골프 수업을 시작했는데 그동안 느낀 생각을 적어 봅니다.


# 성격이 그대로 나온다.


  저는 성격이 아주 급한 편입니다. 연습을 할 때도 강사분이 ‘천천히 하세요’를 몇 번이나 이야기하지만 제 성격을 못 참고 급하게 하더군요.

  골프 교정이 아니라 성격 교정부터 해야 스코어가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힘이 세다고 멀리 가지 않는다.


  골프공을 아주 세게 치면 멀리 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저의 착각이더군요. 골프채는 도리깨처럼 휘둘러야 했습니다. 제 팔을 빠르게 휘두를 것이 아니라 팔 끝에 매달리 채끝이 빠르게 움직여야 공이 멀리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논리는 이해했지만 여전히 팔이 앞서 나갑니다.

  요즘에는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떼고 연습하고 있습니다. 마치 오른팔은 왼팔을 거둘 뿐이라는 느낌처럼 연습하는데 이상한 것은 모조리 쥐고 힘을 줄 때보다 훨씬 더 멀리 정확히 나가더군요.

  머리로는 이해하나 아직 손은 힘을 놓아야 한다는 사실이 익숙해지지 않나 봅니다.


# 드라이버 > 아이언 > 퍼터


  골프장에서는 크게 세 가지 종류의 골프채를 씁니다. 아주 먼 거리의 드라이버, 중간 거리의 아이언. 잔디밭 그린 위의 퍼터. 이렇게 3가지죠.

  계산을 해 보니 정규 18홀 중에 가장 많이 잡는 채는 퍼터였습니다. 그다음으로 아이언이었고 드라이버 횟수가 가장 적었습니다.

  하지만 연습장에서 사람들은 드라이버를 많이 칩니다. 비거리는 자존심이라며 무조건 멀리 치기 위해 무던히 연습하죠. 하지만 스코어를 생각한다면 퍼터가 더 연습이 필요할 텐데 항상 퍼터 연습장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몇 년쯤 지나야 골프를 일이 아닌 운동으로 대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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