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한 권의 책
우연히 발견한 작은 메모 한 장이 있었다. 그 안에는 누군가의 삶이 응축되어 있었다. 흘려 적은 듯한 글씨체로 쓰인 몇 줄의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한 인생의 깊이가 담겨 있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생각을 하고, 경험을 쌓으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지혜와 깨달음은 값진 보물과도 같다. 하지만 그 보물들은 어떻게 될까?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 그 소중한 지혜들은 함께 사라지고 만다. 한 사람의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 그 책이 읽히지 못한 채 영원히 닫혀버리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기록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문명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기록을 통해 발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삶에서 얻은 소중한 지혜들은 대부분 기록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 할머니의 요리 비법, 할아버지의 농사 노하우, 어머니의 삶의 지혜, 아버지의 직업적 전문성. 이 모든 것들이 세대를 이어 전해지지 못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다른 삶이 있다. 같은 사건을 경험해도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기억과 추억을 간직한다. 자신만의 기술과 노하우가 있고, 자식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와 친구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다. 미처 말하지 못한 마음속 이야기들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한 사람의 책을 이루는 페이지들이다.
우리는 왜 이런 소중한 것들을 기록하지 않을까? 시간이 없어서? 방법을 몰라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아니면 단지 귀찮아서?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가 그다지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지혜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나는 종종 상상한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자신이 할 때 즐거운 일을 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그 즐거운 일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삶의 기록 작업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은 아직 시작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시간과 여유가 허락한다면 꼭 해보고 싶은 일이다.
구술을 문서로 옮기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한 번에 완성되지 않고, 수차례 걸쳐서 다듬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이라 믿는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오히려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결국 이야기의 연속이다. 그 이야기 속에는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사랑과 이별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지혜를 쌓아간다. 그 지혜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삶의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는 살아있는 지식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는 이미 많은 '살아있는 책'들이 존재한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어르신들,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이들, 독특한 삶의 경로를 걸어온 사람들. 그들은 모두 귀중한 지혜의 보고(寶庫)이다. 하지만 그 보고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닐지도 모른다. 작은 메모에 오늘의 깨달음을 적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일기장에 특별한 경험을 기록하는 것도 의미 있는 시작이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 그리고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가 내가 남긴 기록을 읽고 공감하거나 도움을 얻는다면, 그것보다 더 보람찬 일이 있을까? 사라질 뻔했던 지혜가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 다른 이의 삶에 영감을 주는 것. 그것이 바로 기록의 힘이자 매력이다.
‘한 사람의 삶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한 권의 책이 영원히 닫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우리가 그 책의 내용을 기록으로 남긴다면, 비록 사람은 떠나도 그의 지혜와 경험은 계속해서 살아남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꿈꾸는 작은 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