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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비밀

같은 사주, 다른 삶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하루만 지나면 해가 바뀌는군요. 이때쯤이면 사람들은 토정비결이나 운세 사이트를 찾아 내년의 운세를 점치곤 합니다.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똑같은 운명일까요?


조선 시대 왕 중에 비슷한 생각을 하신 분이 계십니다. 영조는 자신의 사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사주팔자는 인간의 운명을 담은 독특한 점술 체계로, '팔자'라는 이름처럼 총 8개의 글자로 개인의 운명을 해석합니다. 이 8개의 글자는 연(年), 월(月), 일(日), 시(時)의 네 개 기둥으로 구성되며, 각 기둥은 두 개의 글자로 이루어져 있지요.


4술갑생(甲戌生)은 이 네 개의 기둥 모두에 '갑'과 '술'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매우 희귀한 조합입니다. 즉 연월일시가 모두 갑술인 사람이죠. 당시 점성술사들 사이에서 이는 왕의 운명을 상징하는 최고의 팔자로 여겨졌습니다.


갑(甲)은 양기의 첫 번째 간지로 리더십을, 술(戌)은 충성심을 상징합니다. 이 두 글자가 네 개의 기둥에 모두 나타난다는 것은 특별한 운명적 조합을 의미했기 때문이지요.


영조는 궁중 점성술사로부터 자신의 특별한 사주에 대해 듣고 깊은 호기심에 사로잡혔습니다. "과연 나와 정확히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까?" 그의 물음에 조정의 관리들은 즉시 전국 방방곡곡을 수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수개월에 걸친 철저한 수색 끝에 그들은 한 시골 마을의 양봉업자를 발견했습니다. 그 노인은 놀랍게도 영조와 완전히 같은 사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궁으로 불려 온 노인은 떨리는 발걸음으로 왕 앞에 섰습니다. 영조는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너의 사주가 정말 나와 같다는 말이 사실이냐?"


노인은 천천히 대답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렇습니다, 전하. 제 아들이 8명인데, 이는 전하께서 다스리시는 8도와 같습니다. 저는 360개의 벌집을 키우고 있는데, 이는 전하께서 통치하시는 읍과 같으며, 벌집 안 700만 마리의 벌은 전하께서 다스리시는 백성의 수와 같습니다."


영조는 놀라움과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큰 웃음을 터뜨렸다고 합니다. 같은 사주를 가졌지만 얼마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지, 그 역설적인 상황이 그를 즐겁게 했기 때문이죠.


결국 4술갑생은 단순한 운명의 공식이 아니라, 개인의 잠재력과 선택을 반영하는 복합적인 해석으로 봐야 하지요. 양봉업자에게는 푸짐한 상이 내려졌고, 왕은 운명이란 것이 얼마나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사주라 하더라도 해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니 어쩌면 운명이란 우리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 모두 복을 많이 받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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