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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의 시간을 디자인하다

여유의 비례

정말 바쁜 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1시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여유 시간 할 일 목록을 보다 보니 1시간에 해당하는 항목 중에는 글쓰기가 눈에 들어오는군요. 오래간만에 글을 쓰려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이렇게 글을 썼던 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24시간이라는 동일한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속에서 만나는 여유의 순간들은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1분의 짧은 여유도 있고, 때로는 갑자기 주어진 하루라는 긴 여유까지. 이러한 다양한 크기의 여유 시간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하루의 밀도와 삶의 질이 달라집니다.


가장 짧은 여유인 1분은 언뜻 보기에 무의미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찰나의 시간도 적절히 활용하면 놀라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급한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전철을 기다리며 오늘의 할 일을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한결 효율적으로 흘러갑니다. 이처럼 1분의 여유는 작지만 긴급하고 단순한 일들을 처리하기에 적합합니다.


5분에서 10분 정도의 여유는 조금 더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짧은 스트레칭으로 굳어있는 몸을 풀거나, 잠시 명상을 하며 마음을 정돈할 수 있습니다. 동료와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짧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때로는 연락이 뜸한 친구에게 전화를 한 통 거는 것도 좋겠지요. 이러한 활동들은 비록 짧지만 하루의 리듬을 잡아주는 중요한 순간들이 됩니다.


30분의 여유는 더욱 구체적인 활동이 가능한 시간입니다. 점심시간 후의 산책, 좋아하는 책 한 챕터 읽기, 온라인 강의 수강 등 자기 계발과 휴식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의 시간은 업무나 일상의 피로를 해소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기에 충분합니다.


1시간의 여유는 진정한 몰입이 필요한 활동에 적합합니다. 지금 제가 쓰고 있는 글쓰기나 기획과 같은 창의적인 작업, 운동이나 취미 활동 등 집중력을 요구하는 일들을 이 시간에 하면 좋습니다. 1시간이라는 시간은 하나의 완결된 활동을 수행하기에 적당한 길이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루의 여유는 가장 큰 시간적 자산입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문화생활, 혼자 잠시 떠나는 여행, 큰 규모의 프로젝트 수행 등 장시간의 집중과 헌신이 필요한 활동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런 날들은 우리 삶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십니다.


생각이 날 때마다 여유 시간을 이렇게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계획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 관리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는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전략이며, 일상의 순간순간을 의미 있게 채우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여유 시간의 크기에 따라 미리 계획해 두신다면, 그 순간이 왔을 때 시간을 멍하니 보내지 않고 망설임 없이 가치 있는 활동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결국 삶의 질은 이러한 여유 시간들을 얼마나 현명하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1분부터 하루까지, 각각의 여유 시간에 맞는 활동을 미리 생각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밀도 있고 의미 있는 하루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여유 시간의 디자인은 곧 삶의 디자인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더욱 풍요롭고 균형 잡힌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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