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한 시야의 차이
중소기업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매출 규모는 수백억이지만, 아직 성장통을 겪고 있는 회사였다. 사장님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힘든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우리 회사를 보면 장군과 이등병이 함께 있는 전장 같아요. 제가 보는 풍경과 직원들이 보는 풍경이 너무 다르니까요."
그의 말에 깊이 공감이 갔다. 사장님의 시선에서 회사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땅이었다. 마치 축구 경기에서처럼, 모두가 한 팀이 되어 함께 뛰어야 승리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수비도 해야 하고 공격도 해야 하지만,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으니까.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은데, '월급만큼만 일하겠다'고 해요. 지분이 없다는 이유로 더 배우기를 거부하죠."
사장님의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어떤 직원은 퇴근 후 비트코인으로 더 많은 돈을 번다며, 회사에서 성장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했단다. 당장의 수입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마치 전쟁터의 장군과 이등병 같았다. 장군은 전체 전장을 보며 어떻게 하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고민한다. 때로는 후퇴가 필요할 수도 있고, 당장은 힘들어도 장기적으로는 더 큰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전략을 세운다. 하지만 이등병의 눈에는 당장 눈앞의 전투가 전부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버텨내야 할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남을지가 더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다 같이 성장할 수 있는데,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아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데..."
사장님의 한숨 속에는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다. 회사를 키우면서 느끼는 책임감,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은 바람, 그리고 그것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고민까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장님은 사장님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다만 서로가 보는 풍경이 다를 뿐이다. 장군이 보는 넓은 전장과 이등병이 보는 좁은 전투지역처럼.
어떤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저는 제 인생의 주인공이에요. 회사는 제 인생의 한 챕터일 뿐이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한 챕터가 나중에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는지, 지금은 미처 알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성장하는 회사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나무가 자라는 과정을 함께하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당장은 느리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실력이라는 나이테를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다.
사장님은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죠. 언젠가는 서로를 이해하게 될 거예요. 장군도 한때는 이등병이었고, 이등병도 언젠가는 장군이 될 테니까요."
그의 말에서 희망이 느껴졌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지만, 결국은 같은 꿈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단지 그 속도와 방식이 다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