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전문가의 딜레마, 그리고 영상이라는 무게

유튜브 계획은 없습니다.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컴퓨터를 켜다 어제저녁 자리에서 유튜브 채널 개설을 권하는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요즘 시대에 전문가라면 유튜브 정도는 해야지.”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시간이라는 것은 참으로 잔인하다. 하루 24시간이라는 절대적 한계 앞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해야 한다. 영상 하나를 만들기 위해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시간 동안 나는 몇 건의 상담을 더 할 수 있을까. 손가락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답은 명확했다. 영상 제작에 투입되는 시간과 벌이를 생각하면 상담 1건 수임료에도 미치지 못한다.


구독자 수는 마치 모래성 같다. 쌓아 올리기는 더디고 힘들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몇 개월간 공들여 올린 영상들이 조회수 몇백 회에 머물러 있을 때의 허탈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시간에 만났을 고객들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가 더 큰 울림을 준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세무회계 분야에서 유튜브를 하는 전문가들을 찾아보면 손에 꼽을 정도다. 그들 대부분은 강의를 업으로 하는 이들이거나, 대형 업체의 마케팅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순수하게 개인 전문가로서 꾸준히 영상을 올리는 이는 정말 드물다. 그 이유를 이제는 너무나 잘 안다.


간혹 영상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려는 동료들을 본다. 그들의 도전 정신은 존경스럽지만, 동시에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밤늦게까지 편집 프로그램과 씨름하며 만든 영상이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을 얻을 때의 상실감을 나는 상상할 수 있다.


나 역시 현실 앞에서는 솔직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기존 고객들의 요구를 맞추기에도 벅찬 나날들이다. 세무 상담 한 건 한 건이 누군가의 절실한 고민이고, 그 무게를 감당하기에도 하루가 모자라다. 그런 와중에 영상 콘텐츠까지 신경 쓴다는 것은 마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격이 아닐까?


결국 선택의 문제다. 깊이 있는 전문성으로 한 명 한 명의 고객에게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넓은 대중을 향해 다양한 분야를 이야기할 것인가? 나는 전자를 택했고,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 다만 때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진정한 전문가의 길이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유튜브라는 거대한 바다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내가 선택한 이 작은 연못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나만의 전문가다운 삶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