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거머거의 마지막 밤

홍콩 개인전을 마치며

by 일상예술가 정해인

홍콩 센트럴을 지날 때마다 짙은 파란색의 빨간 대문이 항상 눈에 걸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 굴 같았다. 문을 열면 1층에 바가 있겠지, 막연히 짐작만 할 뿐이었다. 언젠가 가봐야지 했지만 늘 다음 기회를 기약했다. 그렇게 허거머거의 대문은 그림으로 남겨진 채 나는 홍콩을 떠났다. 그게 7년 전이었다.


올해 초, 갑자기 ‘올해는 전시회를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홍콩에서. 왜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전시회 마지막 날 밤, 나는 전시회 포스터에 올라왔던 그 그림엽서를 가지고 허거머거를 찾았다. 맥주를 시키고 사장님에게 엽서를 내밀었다. 당신 가게의 대문을 그린 것이고, 나의 첫 전시회 포스터에 올랐던 작품이라고 했다. 그렇게 홍콩 전시회를 마치고 찾아왔노라고 이야기했다.


사장님은 잠시 말이 없었다.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7년 전 그림이라는 말이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의 얼굴에 자부심과 아쉬움이 동시에 지나갔다. 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


"오늘이 마지막 영업일이에요. 오늘까지 영업을 하고 내일부터 문을 닫습니다."


심장이 잠시 멈춘 느낌이었다. 그는 캐셔에게 우리 주문서를 가져오라 했다. 맥주는 자신이 사겠다고, 대신 엽서에 사인을 부탁했다. 나는 엽서 뒷면에 적었다. 2026.3.28 thanks so much. 그렇게 서명을 넣은 엽서를 사장님께 건넸다.

공짜 맥주가 미안했던 우리는 슬쩍 자리를 옮기려 했다. 하지만 사장님은 고작 맥주로는 안 된다며 고급 양주를 따라왔다

우리는 모두 함께 치어스를 외쳤다.


그렇게 독한 술을 비우고 자리를 떠나게 되었다. 사장님은 가는 마지막까지 칵테일까지 주겠다며 우리를 붙잡았지만 너무 감사하게 먹었다고 인사를 전하며 자리를 떠났다.


그 순간 알았다. 이래서 홍콩에 와야 했구나. 내년에 왔다면, 이 문은 이미 닫혀 있었을 것이다. 7년 전 그림 속 대문도, 마지막 밤의 건배도, 전부 없던 일이 되었을 것이다.

문을 열면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보인다

허거머거는 '은밀한'이라는 뜻이다. 예전 미국에서 밀주를 팔던 식당의 컨셉으로, 식당처럼 보이는 입구를 지나면 지하에 칵테일 바가 따로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1층에 바가 있을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리 지하로 통하는 문이 있었다. 1층 바를 상상했던 나는, 그제야 7년 전의 감각이 절반쯤은 맞았다는 걸 알았다.


미래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때로는 미래를 먼저 느낄 수 있다. 이유는 언제나 나중에 따라온다.


다음 전시회도 아마 그럴 것이다. 어떤 느낌이 올 때, 그때 가게 될 것이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는지는, 그날 밤에야 알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