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비 3천 원이 쌀까? 자가용이 쌀까?
나는 20만 원을 아끼려고 차를 탔다.
얼마 전 가족과 대전을 다녀왔다.
아내와 아이들, 넷이서 내려가는 길이었다.
출발 전날 밤, 습관처럼 KTX 앱을 열었다.
요즘 기후 얘기가 많으니, 이번엔 대중교통으로 가볼까 싶었다.
왕복 4인, 20만 원.
잠깐 멈췄다.
그리고 앱을 닫았다.
차 키를 집어 들었다.
기후에, 그리고 지구에 미안한 마음이 없진 않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20만 원이 더 크게 다가왔다.
대전을 다녀온 날 저녁, 나는 소파에 몸을 던졌다.
왕복 300km.
핸들을 잡고 있는 시간만으로도
하루가 끝난 느낌이었다.
그때 생각했다.
만약 KTX를 탔다면 어땠을까.
2시간을 나는 그냥 앉아 있었을 것이다.
책을 읽거나, 창밖을 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혹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간.
기사가 딸린 차를 타는 사람에게 이동은 휴식이다.
핸들을 잡는 사람에게 이동은 노동이다.
같은 300km인데,
누군가에겐 충전이고
누군가에겐 소모다.
이 차이는 비용에 찍히지 않는다.
그래서 숫자를 다시 계산해봤다.
기름값을 리터당 2,000원, 연비 10km/L로 잡으면
연료비는 km당 200원.
감가상각을 10년에 1,000만 원, 8만 km 기준으로 나누면
km당 약 125원.
합하면 km당 325원이다.
대전 왕복 300km에 톨게이트비 1만원을 더하면
대략 11만 원.
KTX 20만 원의 절반쯤이다.
여기까지 보면, 자가용의 완승이다.
그런데 하나를 더 넣었다.
시간이다.
만약 KTX 안에서 내가
시간당 10만 원짜리 일을 할 수 있다면,
2시간의 가치는 20만 원이다.
그 순간 계산이 뒤집힌다.
비싼 건 기차가 아니라
운전하느라 흘려보낸 시간일 수도 있다.
가까운 거리도 비슷하다.
집 근처 5km.
버스를 타면 왕복 3,000원.
자가용은 연료와 감가를 합치면 약 3,250원.
주차비까지 붙으면 더 올라간다.
거의 같거나, 오히려 자가용이 비싸다.
게다가 버스 안에서는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을 하거나, 눈을 감을 수 있다.
혼자 40km를 이동하는 경우라면 더 분명해진다.
자가용 왕복 약 2만 6천 원.
대중교통은 8,000원 수준.
돈도, 시간 활용도
대중교통이 이긴다.
그래서 정리는 이렇게 된다.
사람이 많고 거리가 길수록 자가용이 유리하다.
혼자 움직이고 거리가 짧을수록 대중교통이 낫다.
그리고
내 시간의 가치가 높을수록
운전대를 놓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그런데 다시 그날을 떠올려봤다.
고속도로 위였다.
아이들은 뒷좌석에서 떠들며,
아내는 조수석에서 조용히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말없이 핸들을 잡았다.
KTX였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아마 각자 이어폰을 꽂고
각자의 화면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 다시 계산해 본다.
그 2시간을
20만 원에 팔 수 있을까.
수 없다.
어떤 시간은 계산이 안 된다.
돈으로도, 효율로도
환산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늘 더 싼 선택을 찾는다.
하지만 가끔은
틀린 계산을 선택한다.
그게 더 맞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