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도 아닌데
잠시 독방을 쓰게 되었다
방 밖에서 다른 직원들과
같이 일할때는 몰랐다
방에서 혼자 일하면
전화 올 일도 없고
다른 사람 신경 안써도 되고
참 좋겠다
마냥 부러워했다
그래 물론 좋다
혼자 쓰는 책상에
넓은 공간
가끔 울리는 전화기
분명 환경은 좋아졌다
하지만
막상 독방에 들어와 살아보니
마주하는 현실은 마냥 좋지만은 않다
일단 방 밖에 사람들이 나를 멀리한다
몇 일전까지만해도
같이 점심을 먹던 사람들이
이제는 관리자가 된 듯
나를 보면 눈치를 본다
점심 식사자리조차 편하지 않았다
이렇게 회사동료가 없어지는 자리인가
하는 자조적인 생각이 들었다
회식자리에서 험담을 하던 대상이
이제 내가 되겠구나 싶었다
홀로 있으니 생각이 많아진다
방 밖에서는 그저 시키는 일만
남들보다 열심히 하면 족했다
퇴근시간이 되면 관리자가 언제 나갈까?
하는 눈치만 보다 조금 뒤에 나갔고
약속이 있어서 방 안에 계신 분이 일찍 나간 날은
얼씨구나 하며 나도 조기에 퇴근하곤 했다
허나 이제는 업무 시간이 아닌
실적이 머리를 쪼여온다
이 달은 얼마나 실적을 올릴 것이며
내년에는 또 어떻게 해야
좋은 실적을 올릴까?
자연히 남들보다 빨리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게 되며
집에 가서조차 일을 생각하게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들에게 이런 고민값이 월급에 더 붙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자리만 지키고 있으면서
월급 받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남들도 다 나와같은 생각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