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중앙 도서관에 들렀다가
딸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전시회를 보러 가다
상념이라..
입구에서 맞이한 조형물을 보고는
아이들이 금새 집에 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도무지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아
나도 덩달아 잠시 구경했다
학교 다닐 때 앉았던 책상
그런데 의자가 심상치 앉았다
아마 수업 시간 의자에 앉아 있는 느낌이
꼭 뒤에서 수십 개의 송곳들이
찌르는 느낌이었을까?
어느 곳이나 수업 시간이
지루한 것은 공통된 현상인가 보다
그 옆의 수묵화 같은 담담한 그림
아이들은 그냥 스쳐 지나갔지만
내 눈에는 진하지 않은
은은한 색채가 마음에 들었다
개의 해를 맞이해 축하 장식들도
몇 개 보였지만 흥미가 없어
다음으로 이동
웬지 인생을 생각나게 하는 그림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결국 누구나 차지하는 건
관 하나의 공간
금은보화로 뒤덮인 관에 들어간더라도
죽음 이후에는 모두 똑같을텐데
우리는 왜 그리 욕심을 부리며 사는지
어두운 그림 앞에 있던
아이들의 모습
어느 곳에 있던
밝은 아이들의 미소는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
잠시 추상미술
이게 대체 무슨 그림인가 싶은 생각이 들 무렵
가운데에 붙어 있는 종이 비행기 두 개
아마도 어지러운 머리 속에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을
비행기로 나타낸 건 아닌지
이번에는 유화
개인적으로 유화의 두껍고 진한 느낌 때문에
선호하지 않지만
수채화만으로 나타낼 수 없는
진중함을 그림에서 보다
학생들의 일상
평소 본인들의 모습이겠지?
밥 먹으며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가
음악에 취해 흥을 즐기는 모습
인면쥐?
예쁘진 않지만
아둥바둥하며 사는 모습이
작가에게는 쥐처럼 보였던 걸까?
홍콩 풍경 그림을 보며 마무리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느낌을 담아오다
쓸데 없는 경험과 시도는
없다는 것을 깨달은 하루
작가분들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