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도 등급이 있을까?
고기집에 가면 등급을 먼저 보게 된다
투 플러스(1++)등급이 제일 좋은 고기라고
알고 있기에 이 집 고기 등급은 어떤 등급인가
보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달리
사실 투 플러스 등급은 마블링이라 부르는
지방이 가득 들어찬 고기란 뜻이다
고소함을 내기도 하겠지만
건강에는 오히려 더 좋지 않다고 한다
오늘 지하철 역 앞에서
타악기를 치는 몇 사람들을 보았다
악기를 치며 사람들에게 돈을 받는 모습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내가 더 신용등급이 높게 쳐주겠지만
과연 그만큼 행복의 등급도 내가
더 높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점심 시간에 잠시 짬을 내어 그림을 그려봤다
몇일 전 봤던 전시회 그림에 비해
내 그림은 등급이 떨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등급이란 결국 내가
아닌 남이 판단해주는 결과물에 대한 척도였다
내 인생에 대해 남이 판단하고
그 결과에 휘둘리는 건 미련한 짓 같아 보였다
생전에 부를 누리지 못한 고흐의 수준은
안될지라도 그저 내 삶의 한 폭을 그리는
화가임에 만족하고 오늘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