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과 구름이
번갈아가며 보이는 점심시간
잠시 근처 시장에 들렀다
평소 같으면
그냥 되는대로 그렸을 텐데
오늘은 틀을 한 번 잡아보았다
배경과 상자, 그리고 사람들
사실 간단히 축소하면
네모 세모 동그라미로
이뤄진 것들인데
왜 그리 어렵게 생각했나 싶다
원래는 좀 더 세밀하게 스케치를
해 볼 예정이었으나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아
그냥 스케치 펜을 들었다
우선 빨간 펜으로
상호와 전화번호를 적다
좀 더 두꺼운 선으로 이뤄진
간판이지만
시간상 빨간 플러스펜으로
대체해서 그렸다
흰 비닐봉지에 야채를 담아
저울에 무게를 재고 있는
가게 주인 할아버지
전자식이 아닌
눈금이 그려진 저울
큰 시장바구니를 들고
계셨던 아주머니
원래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는데
그리다 보니
전혀 다른 얼굴이 되었네
손님이 오지 않을 때
가게 앞에 앉아 기다리기 위해
놓여있는 의자
그리고
그 위의 대나무 방석
이 가게의 주인공
감자, 양파, 마늘
내 그림으로는 도저히
알아볼 수 없어
나중을 위해서 기록해 놓았다
저게 무엇인지
그림만으로는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알 방법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30분을 그렸던 그림
오늘은 여기까지 그리고 펜을 놓다
다음에는
채소들을 완성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