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래미가 거울을 보고
얼굴을 그리길래 나도 따라 해보다
딸 보고 전혀 너
닮지 않아 보인다고 했는데
살짝 찌그러진 눈
비대칭적인 눈썹
쏠린듯한 얼굴
얼굴 형태를 그리면
나을 줄 알았어
그런데 당나귀 귀가 되어버리고
머리는 배추도사 수준
주름살을 그려보다 멈추다
이게 나일까?
내가 아닐까?
미궁 속에 빠져 버린 자화상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해
옆에서 그림을 보던 아내
피식 웃는다
거울을 놓고 그린 게
아들이 아니라
당신이었나며?
누구도 아닌 자화상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