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데리러 집에 들렀다가
잠시 시간이 남아
아버지의 서재에서 책을 꺼내려고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데 책들 사이
색이 바랜 노란 봉투 하나가 보였다
중요한 서류들은 여기에 두시지 않기에
무슨 서류인가 했더니
아버지가 십 년 이전에 쓰셨던 각종 서류와
스프링 노트가 들어 있었다
두툼한 스프링 노트 안에
무슨 내용을 적으셨을까
궁금해서
열어 보았더니
아버지의 가계부였다
지금도 아버지가 가계부를 쓰시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예전부터 이렇게 꼼꼼히 쓰셨었는지는 몰랐다
30년이 넘는 일상의 기록들이었다
내가 지금의 아이만 한 나이였을 시절
그때 아버지 어머니가 살았던 생활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차비 170원
사인펜 100원
무 300원
과자 100원
짜장 800원
사소한 것 하나도
꼼꼼히 기록되어 있었다
나 역시도 예전에는 종이에 가계부를 적다가
이제는 엑셀에 가계부를 적고 있다
나의 아들은
30년 뒤에 내 가계부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