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앞으로 가고 있었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모두들 앞을 향하고 있었지
그런데 이상한 건 모두들 길을 따라 움직일 뿐
왼쪽 오른쪽으로는 가지 않았어
그게 이상했지
그런데 그 끝에는 칼이 있을 뿐만 아니라
칼을 무사히 지난다고 하더라도
낭떠러지를 피하거나 내리막길이었지
저 위에서 높이 나는 새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좌우에 펼쳐진 세계도 알지 못하고
그저 남들처럼 앞만 보고 달리다가
결국엔 끝에 이르러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지
남들이 다들 앞으로 가는데
나만 홀로 옆길로 간다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야
길은 편해 보이지만 좌우에 놓여 있는 곳은 길이 아닌
그저 벌판이지
어쩌면 그 끝에 아무것도 없을지 몰라
그런데 말이야 남들이 가는 길이라고 꼭 옳을까?
그 끝에 더 안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면
서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곳이라면
남들과 같은 선택이 꼭 옳은 것일까?
하루 이틀 내가 운명을 정하지 않으면
남이 운명을 정해주는 때가 오게 되지
스스로 길을 찾지 않으면
회사에서 퇴직을 해야 되는 때가 오듯이 말이야
그런데 나는
죽음이 오지 않을 것처럼 사는 인간처럼
퇴직은 그저 먼 미래의 일인 듯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퇴직을 걱정하기보다
남들이 가지 않는 나만의 길을 찾고
내 운명을 바꿔줄 실력을 키워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