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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Aug 20. 2019

실력의 나이

20살의 직장 실력이 5살의 그림 실력에게

회사에 들어온지도 내년이면 어느덧 햇수로 20년째가 되어간다

남들은 2년 차 3년 차에도 퇴사를 한다는데 '나는 여기서 이렇게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고 미생에서 외쳤던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어떻게 20년을 견뎌냈을까?

숱한 슬럼프와 위기의 순간들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나를 이 자리에 서게 했을까?

아마도 가장이라는 아버지의 무게 때문에 여기에 이렇게 서 있는 게 아닐까?


실력에 나이가 있다면 이제 스무 살

스무 살이면 부모의 간섭 없이 내 나름대로 무언가 할 수 있는 나이다

일에 있어서 성년을 맞이한 셈이다.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어떤 업무를 마무리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


반면에 나의 그림 실력은 아직 제도권 학교를 다닌 학생이 아니다.

내 그림은 그저 혼자 공부하고 배우며 익히는 홈스쿨링 학생이다.

그래서 체계적이지 않고 혼란스럽다.

물론 어떤 이는 일정한 룰에 따르지 않은 그림이 개성이 넘친다며 칭찬을 해주기도 한다.

그림 실력은 이제 5살이 된 유치원생이다.


20살의 직장 실력이 5살의 그림 실력에게

말을 건넨다.

아직 멀었다.

좀 더 깨지고 부딪히고

너만의 색깔을 갖는데

10년은 더 있어야 하지 않겠니?

서툰 그림 실력에게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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