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의 직장 실력이 5살의 그림 실력에게
회사에 들어온지도 내년이면 어느덧 햇수로 20년째가 되어간다
남들은 2년 차 3년 차에도 퇴사를 한다는데 '나는 여기서 이렇게 꾸역꾸역 버티고 있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회사 안은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라고 미생에서 외쳤던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어떻게 20년을 견뎌냈을까?
숱한 슬럼프와 위기의 순간들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나를 이 자리에 서게 했을까?
아마도 가장이라는 아버지의 무게 때문에 여기에 이렇게 서 있는 게 아닐까?
실력에 나이가 있다면 이제 스무 살
스무 살이면 부모의 간섭 없이 내 나름대로 무언가 할 수 있는 나이다
일에 있어서 성년을 맞이한 셈이다.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어떤 업무를 마무리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
반면에 나의 그림 실력은 아직 제도권 학교를 다닌 학생이 아니다.
내 그림은 그저 혼자 공부하고 배우며 익히는 홈스쿨링 학생이다.
그래서 체계적이지 않고 혼란스럽다.
물론 어떤 이는 일정한 룰에 따르지 않은 그림이 개성이 넘친다며 칭찬을 해주기도 한다.
그림 실력은 이제 5살이 된 유치원생이다.
20살의 직장 실력이 5살의 그림 실력에게
말을 건넨다.
아직 멀었다.
좀 더 깨지고 부딪히고
너만의 색깔을 갖는데
10년은 더 있어야 하지 않겠니?
서툰 그림 실력에게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