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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Oct 30. 2019

No를 우아하게 포장하기

정중하고 위트 있게 거절하는 법

  메일을 쓰다 보면 그런 경우가 있다. 아니라는 의사 표현을 해야 하지만 약간 정중하게 표현해야 하는 경우 말이다.

"죄송합니다. 못하겠어요."

  물론 짧게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싸가지가 없어 보인다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예절 바르게 표현을 하고 싶은 때가 있다. 답답하긴 하지만 긴긴 Yes의 끝에 No를 전달하는 것 말이다.

Yes를 말하지만 전체적인 의견은 No를 표현하는 기술

  팀 패리스의 저서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p.236에 최고의 삽화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웬디의 거절 이메일이 나온다. 팀 페리스는 그녀의 이메일에 우아한 거절의 지혜가 묻어 있다며 극찬한다.

  어떤 이메일인지 전체 내용을 보자. () 안에 들어간 내용은 내가 생각했던 내용을 적어보았다.


  안녕하세요. 팀

  메일을 받고 계속 고민했는데, 결국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일단 부정적인 뉘앙스, 수락했다면 초반부터 그에 대한 내용을 언급했을 것이다)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그걸 홍보하고, 개인적인 여행이나 아이디어 출처에 대한 인터뷰도 하고, 고생해서 겨우 프로젝트를 하나 끝내면 이튿날 바로 다른 프로젝트 홍보에 뛰어드는 생활을 5년 내내 하면서 치열하게 산 끝에...

  이제 한 발짝 물러서기로 했습니다. 바로 어제까지 전력을 다해 열심히 일했기에 오늘부터는 내 작품을 위해서라도 휴식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지금 현재의 상황, 거절할 수밖에 없는 배경 설명)

  그래서 지난 한 달 동안 조율했던 계약도 결국 취소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나 인터뷰 또한 사절하고 있습니다.

(이미 당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계약도 거절했음을 언급, 거절을 한 것은 당신이 처음이 아니다)

  새로운 걸 탐구하고 뭔가를 구상하고 스케치할 수 있는 공간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거든요.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하루를 낭비하는 사치도 누리면서요. 그리고 5년 만에 처음으로 내가 그리는 모든 그림에 마감 일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이디어 마감 기한도 없다 보니 이게 정말 제대로 된 삶이구나 싶습니다.

(지금 자신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

  당신과 함께 이일에 참여하고 싶고, 당신과 당신의 책을 신뢰합니다. 무엇보다 내게 참여 제안을 주셔서 영광입니다. (제안에 대한 감사) 제 경력 포트폴리오 상으로 봐도 이 일을 하지 않는 게 정말 어리석다는 걸 알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이 빠져야겠네요 지금은 나 그리고 내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다시 한번 거절에 대한 의사를 표현) 언젠가 함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가 되면 지금 당신과 공유할 수 있는 생각보다 훨씬 깊은 통찰력이 담긴 생각을 전할 수 있을 겁니다.

(향후에 있을 미래 기회에 대한 언급으로 최소한의 여지는 남겨둠)

  내 부재 탓에 생긴 이 책의 빈 페이자가 나보다 더 훌륭한 분으로 채워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상대방의 성공을 기원)

  소중한 관심을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기회 제공에 대한 감사)

  책이 나오면 이런 멋진 기회를 거절한 내 엉덩이를 힘껏 차주고 싶은 기분이 들 거예요.

(타인의 성공에 대해 함께하지 못한 본인이 자책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상대의 성공 기원)

 

 웬디 맥노튼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우선 거절의 뉘앙스를 쓰고 지금 현재의 상황과 함께 제안에 대한 감사 그리고 앞으로 더 좋은 기회를 함께 하자는 말에 덧붙여 정중하게 거절하며 상대방의 성공을 기원하는 말로 끝맺자. 예의 바르게 거절하는 메일을 쓸 때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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