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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Feb 28. 2019

세 번째 책을 갈무리하며

또 하나의 마디는 자라고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했던 비즈니스 가이드 북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제 인쇄와 배포 작업만 남았다.

오늘로써 원고를 마감하고 나니 나름 뿌듯하다.

만든 이에 들어간 내 이름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두 사람은 동일 인물이다

특히나 개인으로써 작업한 게 아니라 여러 기관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우여곡절을 넘어 어렵게 결과물이 나왔다.

19년 3월 출간 예정, 비매품

이번 책은 개인적으로 세 번째 작업한 책이 되었다. 


첫 번째 책은 2015.5월 내가 5년 넘게 업무를 보았던 상속세 및 증여세에 관한 책이었다.

벌써 출간한 지 3년이 지났다. 개정세법을 반영해야 하는데 매번 시기를 놓치고 있다. 

https://bit.ly/2Udcp4u


두 번째 책은 2018.11월 브런치에서 썼던 글들을 모아서 낸 책이었다. 

https://bit.ly/2Ejq9UN


책을 내면 느낀 점

세 권의 책은 기획도 편집의 방향도 대상 고객층도 모두 다르다


책을 그냥 만드는 건 쉽다.
하지만 책을 잘 만드는 것은 조금 더 어려운 숙제다.
거기에 책을 잘 파는 것은 아예 차원이 다른 문제다.


세 권의 비교분석

두 번째 에세이 책은 부크크라는 사이트를 통해 만들었다. 

원고만 올리면 쉽게 책으로 만들어 구매를 할 수 있다. 

표지의 경우 기본 표지를 선택하여 만들 수도 있지만 

본인이 조금만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면 내가 만든 책처럼

허접하지만 그래도 책의 형태는 갖춘 모습은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책을 만드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은 없다. 


하지만 첫 책에서 생각과 달리 저조한 판매량을 보며 책을 만들어내는 것과 책을 파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의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마지막 책은 첫 번째 책에 비해서는 부담이 적었다.

외부 판매용도 아니었고 예상 출판 부수도 1천 권 안팎이었기 때문이었다.


다음번에도 공동 저자로 작업한다면

첫 번째와 두 번째 책은 나 혼자 원고 작업을 한 것이라서 다른 사람을 신경 쓸 일이 없었다.

또한 편집 작업도 첫 번째 책은 출판사에서 모두 했고, 두 번째 책은 개인적으로 내는 것이라 오탈자 수정 외에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책은 원고 작업, 수정 작업을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라 간단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어렵게 작업을 했지만 다음번에도 작업을 해야 한다면 이런 점들을 사전에 공지하여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야 되겠다. 

서식 통일

4명의 저자가 참여했는데 1명은 MS Word 나머지 3명은 한글로 작업을 했다. 한 분이 주관하여 편집 작업을 했는데 그분이 이동을 하게 되어 내가 편집 작업을 맡게 되었다. 

워드와 한글로 분리된 채 작업을 하려니 문서 양에 대한 부분도 파악이 어려웠고 편집도 간단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내가 워드로 작성된 부분을 한글로 모두 옮겨 넣었다. 

상당 수의 표들이 깨지거나 예쁘지 않게 만들어졌는데 다행히 디자인 작업 과정에서 모두 제대로 된 모습으로 바뀌었다. 


공동 작업 전에 한글로 할 것인지 워드로 할 것인지, 서식의 크기 즉 판형은 어떤 사이즈로 할 것인지와 같은 기초 틀을 맞추고 해야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빠른 작업이 가능해 보였다. 


단위와 문구의 통일

이번 책에는 숫자와 표가 많이 들어갔다. 

그래서 단위에 대한 통일도 필요했다.

어떤 사람은 백만 단위, 어떤 사람은 억 단위 등등 물론 모든 표를 맞출 수는 없었지만 기본적인 단위 자체는 통일시켰다. 

또한 문장의 마무리를 '했습니다' 대신 '했다'로 모두 통일시켰다.

표 안의 내용들에서는 조사는 모두 제거했다. 그리고 표 안의 문구들은 가운데 정렬로 통일했다. 


공동의 일은 누구의 일도 아니다

주된 편집자를 두지 않은 처음에는 자기가 맡은 분야만 하다 보니 중구난방이었다. 

공동 저자들끼리 회의를 거쳐 한 사람이 주관하여 맡은 뒤로부터 어느 정도 진척이 되어갔다. 

원고는 공동으로 작업하더라도 편집은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해야 제대로 된 원고가 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이번에 느낀 점들

사진 해상도

책 속에 들어간 사진에 대해서 그다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번 책에 들어간 사진들은 저작권 문제 때문에 직접 사진을 찍으러 간 적도 있었다.


각 장마다 내가 그린 그림을 넣었는데 해상도가 낮아서 600 dpi로 스캔해서 겨우 넣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고 해상도의 사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해상도가 낮거나 크기 자체가 작은 사진들은 대거 잘려나갔다. 

각 장마다 내가 그린 홍콩 그림이 들어갔다.

편집 과정에서 저작권에 문제가 되는 사진들은 대거 삭제하였다. 

출판사 쪽에서 원고에 들어간 사진 중에서 저작권에 문제가 있는 것은 인쇄할 수 없다고 해서 그 부분도 상당량 빼야만 했다. 


불필요한 경험은 없다.

처음에 예상은 그저 원고만 넘겨주면 끝이 나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주관을 했던 분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되며, 내가 주관자로서 편집을 마무리했다. 


내가 처음 작성했던 부분은 세법과 관련 규정에 대한 부분이었다. 

나머지 지적재산권, 수출 통관 제도, 법인 설립 및 운영 규정 등과 같은 부분들은 생소한 부분이었다.

물론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부분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훑어볼 기회는 없었다. 

편집 과정을 거치며 원고를 10번도 넘게 읽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의 지식들을 배워서 홍콩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개인적으로 체계화하는 소득을 얻었다. 

책을 쓰는 것이 다른 이의 지식을 흡수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생각도 함께 얻었다. 


디자인을 맡겼다면 디자이너를 믿자 하지만 나중에 여러 번의 수정은 각오하자

원고를 넘기며 고민이 많았다. 

'숫자가 너무 많은데 제대로 된 편집이 될까?'

'흐름도가 너무 복잡한데 어렵지 않을까?'

우리의 예상과 달리 생각보다 괜찮게 디자인이 되었다. 


우리는 최대한 오류를 수정해서 원고를 넘기려고 했는데 전에 책을 내셨던 분이 해주신 말씀이 기억이 났다.

"출판사를 통해 디자인 작업을 해야 한다면 일단 원고를 빨리 넘기는 게 좋습니다. 

디자인 쪽에서 작업을 하더라도 숱한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내용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있는 반면 오히려 생각보다 더 괜찮게 편집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원고라 할 지라도 편집 과정에서 여러 번의 수정을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랬다.

비즈니스 가이드 북 책 원고 수정 작업을 하며 빨간 펜으로 고쳐서 10여 회 이상 보냈다. 

볼 때마다 고쳐야 할 부분이 나타났다. 

물론 그 양은 처음에 비해서 많이 줄긴 했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원고가 완벽했다고 이 작업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제일 중요했던 물음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까?

책을 쓰면서 우리들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었다. 

지식의 저주라 불리는 선입관이 글을 쓰다 보면 나타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부분 말이다. 

다행히 공동 작업을 하며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초보자의 시각을 갖고 있어서 어려운 부분이나 너무 지엽적인 부분들은 제거하거나 쉽게 풀어서 썼다. 


앞으로도 책을 쓰는 것에 있어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좋은 책이 나올 수 있다는 수확도 얻다. 



또 하나의 마디는 자라고

작년 하반기부터 거의 6개월이 넘도록 책 작업에 신경을 썼다. 

이 작업이 주된 일은 아니었지만 계속 신경이 쓰였다. 

표지 선택, 내지 그림, 그래프 형태, 전체적인 내용의 완결, 제목에 대한 고민 등

주관했던 분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그냥 모른척했으면 과연 이런 고민을 했을까?

사서 고생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덕분에 디자인과 함께 편집자로서의 경험도 하나 얻었다. 

분명 책을 쓰고 만드는 능력의 한 마디는 자라지 않았을까? 

부디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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