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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r 05. 2019

딴짓 대왕의 특이한 책

네 번째 책 혹은 첫 번째 영문 책

아내가 자주 나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당신은 본업보다 부업에 관심이 많은 것 같네요"

나는 본업인 회계나 세무보다 그림이나 글에 더 관심이 간다.

이렇게 계속 딴짓을 계속해도 되나 싶을 만큼 이상하게 호기심이 많다.

가끔은 본업이 아닌 것에 너무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최근 또 다른 딴짓이 하나 생각났다.


아마 보름 전쯤이었다.

지인과 함께 내가 그린 그림 노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분은 한참 설명을 들으시더니 나에게 대뜸 물으셨다.

"이 노트를 얼마에 팔겠어요?"

글쎄 판매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가격을 책정하기도 어려웠다.


그 상황에서도 나는 원가의 3요소를 생각하며 가격을 생각해 보려 했다.

직접 재료비 : 노트를 산 가격 + 그리는데 들어간 색연필의 값

직접 노무비 : 그림을 그리는데 들어간 내 노동력의 대가

제조 간접비 : 그림을 그리기 위해 밝힌 조명 값, 해당 주제에 해당하는 그림을 찾기 위한 교통비까지


어떤 금액이 합리적인지 계산할 수 없었다.

내 인생이 담겨 있는 노트를 판 다는 것은 쉽사리 생각할 수 없었다.

나의 시간과 추억이 담긴 원본 노트는 앞으로의 인생에 내 시간을 떠올리게 해주는 일기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신 그분께 다른 제안을 드렸다.

100일 동안 100 그림 그리기 프로젝트를 하며 썼던 글과 그림을 모아 책으로 내겠다고 하였다.

올해 1월 1일부터 그림을 시작했으니 100일이 되는 날은 4월 10일이었다.

4월이 지나면 100개의 그림과 그 그림에 대한 글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그림에 덧붙인 설명을 아주 길게 쓴 날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보니 보통 1쪽을 넘어가지는 않았다.

그림 100쪽에 글 120~130쪽, 차례와 머리말 그리고 맺음말까지 모두 묶으면 대략 250쪽 정도 내외의 책 1권이 나올 법했다.

거기에 배송비까지 감안하면 1권에 2만 원 정도 될 것 같았다.

(부크크 사이트에 들어가서 책 만들기 옵션을 선택하면 대략적인 판매 가격을 예상할 수 있다. 부크크 사이트에서 A5 사이즈, 250매, 책날개 있는 옵션을 선택하면 예상 판매가가 17천 원 정도 나온다.)


"그림노트 1권에 2만 원이면 사시겠어요?"


내가 그렇게 말씀드리자, 그분은 흔쾌히 사겠다며 책이 완성되면 연락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아마도 내가 쓴 네 번째 책이 될 원고의 작업을 시작했다.

편집 중인 원고

부크크 사이트에서 받아 둔 한글 파일을 열었다.

A5 사이즈 기준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왼쪽에는 그동안 썼던 글을 붙여 넣기 한 후 편집하고 오른쪽에는 스캔한 그림 사진을 넣었다.

큰 틀에서는 브런치 내용과 동일했다.

다만 줄이 맞지 않거나 비문인 내용은 수정하고 스캔한 사진 중에 작은 점 같은 것들은 보정하였다.

그래도 돈을 주고 사는데 그 정도의 보완은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생각되었다.


이번 책은 또 다른 시도도 해보기로 했다.

책의 내용이 별로 복잡하지 않으니 영문판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종이책으로 할 것인지 e북으로 할 것인지는 아직 고민하는 중이다.

우선은 서문에 들어갈 내용만 한 번 만들어 보았다.

영문판 워드 파일

한글책과는 달리 서문의 내용을 상세하게 적었다.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

나의 현재 상황

그리고 요즘 생각까지


번역에 시간이 걸려서 아마도 영문판은 올 하반기 아니면 내년이나 되어야 나올듯하다.

물론 저작권에 대한 고민으로 나오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4월이 되어 완성되는 한글 그림책은 아마도 예상 독자 1명이 있으니 한 권의 책은 팔릴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판매 권수는 예상할 수 없다.

글자책이라기보다는 그림 노트에 가까운 이 종이 뭉치가 얼마나 팔릴지 자못 궁금해진다.



혹시나 책 만드는 것을 궁금해하시는 분이 계실 것 같아 나의 부족한 노하우를 올린다.

책이란 상품을 만드는 것은 내게는 붕어빵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1. 밀가루 반죽을 만든다.

 첫 번째 단계는 일단 붕어빵 재료가 있어야 한다. 글로 치면 글감이나 생각 같은 것들이다. 또한 미리 수집한 자료들, 참고서적들이 밀가루가 된다. 종이가 되었든 컴퓨터가 되었든 글감들을 잘 엮어서 글로써 만들어낸다. 반죽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글감과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잘 섞어야 좋은 글이 나온다.


2. 붕어빵 틀에 붇는다.   

 아무 곳에나 붇는다고 붕어빵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붕어빵 모양의 틀에 부어야 제대로 된 붕어빵이 만들어진다. 내가 글을 쓸 때는 미리 정해진 형식(붕어빵 틀)에 원고를 붙여 넣고 편집한다.

전에 서식이 없는 파일에 작성을 했다가 판형에 맞는 파일에 붙여 넣기 하면서 고생을 한 적이 있다. 이왕이면 판형에 맞춰서 작업을 하면 이렇게 두 번 작업하는 번거로움은 없을 것이다.

물론 디자인을 맡기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자가 출판을 위해서는 자기가 직접 본문의 내용을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에 정해진 서식 파일에 작성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현재 작업하고 있는 형식은 한글의 경우 부크크에서 제공한 한글 파일을 기준으로 작성하였고 영문의 경우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Create Space에서 제공한 워드 파일을 기준으로 작성하는 중이다.

http://www.bookk.co.kr/

https://www.createspace.com/ 

이런 회사들에서 책 사이즈에 맞는 서식을 제공하는데 그 서식에 글자를 입력하고 그림을 삽입하면 된다.


3. 틀을 열로 굽는다.

 붕어빵 틀에서 열로 구워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나의 노력은 필요 없다. 플랫폼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4. 완성된 붕어빵이 나온다.

 그렇게 따끈한 붕어빵이 완성되었다. 내가 만든 책이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된다.


 사실 작업을 해보면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다.

 내가 제일 어려웠던 단계는 바로 첫 번째 단계였다. 글감을 모으고 글을 작성하는 단계 말이다. 두 번째 이후 과정은 한 번만 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다.

 당신만의 글이 모였다면 한 번 자신만의 책을 만들어보기 바란다. 생각보다 그렇게 큰 비용이 들어가지는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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