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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r 15. 2019

#074 고양이가 낯을 가리다

100d 100d project

동네 일식집 앞에서 멈췄다.

아내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

'그림 그릴 사진을 찍는구나!'

말하지 않아도 아내는 내가 예쁜 그림이나 건물을 보면 찍는 모습을 보고 이제는 그림을 위해 저장해 두는 것으로 그러려니 생각한다.

물론 갑자기 멈춰 서서 아내가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림을 찍으면 바로 다 그리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오늘 못 그리며 내일 그리고
내일도 이상하게 그려지면 1년 뒤에 그리고
그 뒤에도 안 그려지면 10년 뒤에 그리면 되는 것이지
누군가가 내게 빨리 그리라고 독촉을 하는 것도 아닌데 서두를 일이 있을까?

원래 현수막에는 고양이 좌측에도 위쪽에도 부채가 있다.

하지만 도무지 그릴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제외시켰다.

그리는 것은 화가 마음이니.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그저 내 그림이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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