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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예술가 정해인 Mar 16. 2019

#075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100d 100d project

놀이 공원에 갔다.

작은 아이가 꼭 저 놀이기구를 타야 한다며 조른다.

직원에게 혼자 탈 수 없는지 물어보니 키가 작아서 보호자가 동승해야 한다고 한다.

큰 아이도 아내도 타고 싶은 마음이 없단다.

아빠인 내가 동승자로 당첨되었다.


놀이기구가 움직이기 전 심장이 터질듯한 느낌이다.

아내는 나의 당황한 모습이 신이 났는지 연신 카메라를 눌러댄다.

군대도 다녀왔는데 나는 쫄보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기계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딸아이가 가운데 있는 레버를 꼭 잡고 놓지 않는다.

안전 손잡이인 줄 알았는데 조정 레버다.

놀이기구가 돌아가면서 약 10~15m 위로 올라가는데 그 상공에서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도록 레버를 조종하는 것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아득한데 딸아이는 열심히 레버를 앞 뒤로 흔든다.

이미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가 있다.

그렇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이 지나고 지상에 내려온다.

드디어 지구에 착륙했다.


딸아이는 내 손을 잡고는 다시 놀이기구 입구로 달려간다.

해맑게 웃으면서 아빠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아빠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한 번 더 타자!"

그 날 나는 이 놀이기구만 4번이나 탑승을 했다.

놀이기구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딸아 빨리 좀 크렴.'

'혼자서 타는 날이 왔으면 정말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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