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있는 사람?

이스라엘을 가다

by 채PD

“질문 있는 사람?”


학생들은 기다렸다는 듯 거의 동시에 손을 든다.

눈에 띄는 건, 손을 드는 방식이다.

대부분이 검지 손가락 하나를 쭉 편 채 망설임이 없다.

외국 학교, 특히 초, 중, 고 교실을 취재하다 보면 아주 자주 마주치는 장면이다.


한국의 교실은 어떤가?
선생님이 “질문 있나요?”라고 물으면 다들 눈 마주칠까 봐 딴청 피우기 일쑤다.

수업 도중에 누군가 질문을 하기라도 하면 어마어마한 눈총을 받기 마련이다.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도 그랬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질문하는 학생은 적극적인 아이가 아니라 ‘튀는 아이’, ‘눈치 없는 아이’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분위기다.


여러 나라의 교육 현장을 취재하면서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말하고, 토론하는 모습은 내겐 늘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부럽다고 느낀 적도 솔직히 적지 않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아마도 우리는 전쟁 이후 짧고 급격한 산업화를 거치며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려야 했던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목소리나 질문은 자주 뒤로 밀려났고, 일사불란하게 ‘조용히 잘 따라가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미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반면 서구 사회는 오랜 시간에 걸쳐 경제와 문화가 성장했고, 그만큼 개인의 주장과 의견이 사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뭐,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각설하고.


나는 [EBS 세계의 교육현장]을 제작하며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교육 현장을 취재했다.
교실의 분위기는 다른 나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질문은 자연스럽고, 토론은 일상적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장면은 교실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만났다. 이스라엘의 도서관은 ‘예시바’라고 불린다.

내가 본 예시바는 마치 카페처럼 마주 앉는 테이블들로 가득 차 있었고, 곳곳에서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용히 속삭이는 정도가 아니라 솔직히 말하면 시장 바닥에 가까운 소음이었다.


‘이게 도서관이라고?’


그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는지, 현지 관계자가 웃으며 설명해 줬다.


“예시바에서는 혼자 읽는 공부보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질문하고, 말하고, 논쟁하며 자란 아이들은 과연 어떤 어른이 될까.

나는 이스라엘의 한 대학교 정문에서 학생들에게 즉석 인터뷰를 했다.


“당신은 세계 시민입니까?”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이었다. 누구라도 잠깐 멈칫했을 것이다. 느닷없이 세계시민이냐고 묻다니.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많은 학생들이 망설임 없이 자신만의 생각을 이어갔다.


“나는 이 나라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건 국가와 시민들의 지원 덕분입니다. 그래서 내가 배운 지식은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세계 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강 이런 류의 대답들이 주를 이뤘다. 개떡같이 물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고.

질문은 엉성했는데, 대답은 너무나 단단했다.




지금 나는 두 딸을 키우는 아버지다.

시간은 제법 흘렀지만, 그때 내가 마주했던 교육의 장면들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질문에 반사적으로 손을 드는 아이들,

마주 앉아 서로의 생각을 설득하며 공부하는 아이들,

‘세계 시민’이라는 말을 개념이 아니라 책임으로 이해하는 학생들.

내가 미국이나 유럽, 그리고 이스라엘의 학교를 직접 보지 않았다면 과연 이런 풍경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세계 여러 나라의 교실을 촬영한 PD로서 묻게 된다.

만약 한국의 교실에 카메라를 한 대 들여놓는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장면을 찍을 수 있을까.

질문이 쏟아지는 교실일까, 아니면 질문이 사라진 교실일까.

도서관은 조용해야 한다는 규칙 속에서 아이들은 생각을 키우고 있을까, 아니면 생각을 숨기는 법을 먼저 배우고 있을까.


누구도 교육의 정답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질문이 허용되지 않는 공간에서는 생각도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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