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이 대박 났어요. 인센티브는 얼마인가요?

돈을 벌고 싶었으면 PD를 하지 말았어야지

by 채PD

“시청률 대박 나면 보너스 좀 받냐?”


방송국 다닌다고 하면 꼭 한 번쯤 듣는 질문이다.

크.. 시청률 대박에 보너스라니. 상상만 해도 어깨가 절로 으쓱해지는군.


시청률은 PD들의 성적표다.

매일 아침 7시면 전날의 성적이 공개된다.

시청률은 전국, 수도권, 분당, 연령대별, 성별.. 생각보다 훨씬 세밀하다.
그냥 “잘 나왔다”가 아니라 “어디서, 누가, 몇 분에 봤는지”까지 다 까인다. 도망갈 구석이 없다.


그렇다면 얼마 정도면 대박 시청률일까?

30여 년 전 과거 선배들은 20~30% 시청률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찍지 못하면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밀었어."

당시는 즐길거리가 TV가 거의 유일했으니 가능한 숫자였다.

방송국도 KBS, MBC 뿐이었고 넷플릭스 같은 OTT도 없었잖아. 그야말로 호시절이었지. 드라마 같은 경우는 50%를 넘긴 작품들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30여 년도 훌쩍 지난 이야기다.

지금은? 두 자릿수는 거의 꿈의 숫자다.

교양, 예능은 5%를 넘기면 초대박. 가구시청률은 2%만 넘어도 성공작이다.


"목표 시청률은 얼마나 되십니까?"


프로그램 제작발표회를 하게 되면 꼭 듣게 되는 단골 질문이다.


"우선 1%를 넘기고 2%에 안착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면 현실적이면서 희망적인 답변이 되시겠다.


프로그램을 론칭하는 PD 중에 “이거 망할 것 같습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다들 속으로는 “이번엔 터질지도 몰라”를 꿈꾼다. 안 그러면 시작도 못 한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일주일에 새롭게 방송되는 신규 프로그램만 수십여 개에 달한다. 대부분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방송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요즘은 론칭한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과거에는 반응이 없으면 출연자도 교체하고, 편성도 바꾸고, 구성도 좀 틀어보는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실제로 성공한 프로그램들 중 이런 과정을 거쳐서 궤도에 오른 것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럴 시간이 없다. 반응 없으면 바로 아웃이다.

게다가 이제 사람들은 TV를 보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은 모두 모바일로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시청한다. 소수의 장년, 노년층들만이 TV앞을 지킨다.

'본방사수'라는 말을 들어본 지가 언제였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히트작을 만들고 성공시킨다.




다시 처음 질문이다.


"시청률 대박 나면 보너스 좀 받냐?"


그렇다. 받는다.


금액은 정해져 있지 않다. 얼마나 히트를 쳤느냐, 즉, 얼마를 방송국에 벌어다주었느냐에 따라 보상은 천차만별이다.

TVN의 나영석 PD는 2018년에 대략 40억 원대의 연봉을 받았다고 하는데, 숫자만 보면 놀랍지만 그가 방송국에 벌어다 준 수익을 생각하면 이해 못 할 수준은 아니다.

TV조선의 '미스트롯'은 어마어마한 메가히트작이다. 미스트롯2는 최고 시청률이 30%를 넘긴 적도 있는데, 이 정도는 단순히 시청률 잘 나온 수준이 아니라 그냥 한국 방송계의 '일대 사건'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의 충격파였다.

그럼 이 프로그램을 만든 PD는 얼마나 인센티브를 받았을까? 구체적인 액수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수십억 이상은 받지 않았을까라고 업계에서는 이야기한다.


PD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꾼다.

“프로그램 하나로 인생 한 방.”

하지만 그런 대박은 1%도 안 된다. 아니 0.1%나 될까?


대부분의 방송 PD는 그냥 평범한 직장인 연봉을 받는다.

회당 수천만 원 출연료를 협의하면서 정작 본인은 그 출연자의 한 두 달 출연료보다 적은 연봉을 받는다.


그래서 우울하냐고?


아니. 돈을 벌고 싶었으면 PD를 하지 말았어야지. 사업을 했어야지.

(그렇다고 돈에 초연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해 금지.)


솔직히 말하면 프로그램 하나 대박 나서 인센티브 두둑하게 받으면 진짜 행복할 것 같다.

아직 나는 그런 인센티브를 받아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아직 PD 생활은 끝나지 않았다.

대박이 0.1%라면 아직 내 차례가 안 온 것뿐일지도 모르잖아?


시청률은 성적표지만, PD생활은 아직 종영이 아니거든.

콘텐츠로 대박을 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아직은 버리지는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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